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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5> 전남 담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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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3  0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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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 슬로시티 골목



죽녹원을 비롯한 푸른 자연을 접하기 좋은 곳인 전라남도 담양은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있으며, 담양읍과 고서 금성 남 대덕 무정 대전 봉산 수북 월산 용 창평의 11개면으로 이뤄져 있다. 담양이란 지명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이고, 신증동국여지승람 담양도호부조에 따르면 백제 때는 추자혜군이었는데 통일신라 때 추성군이라 하였으며, 고려 성종 때 담주도단련사를 두었다가 후일 지금의 지명으로 고치면서 나주에 복속하여 감무를 두었다. 현재 담양 행정구역의 골격은 1914년 일제에 의해 단행된 행정구역 개편조치이다.

   
▲ 죽녹원
   
▲ 죽녹원의 죽림욕



온통 짙은 초록으로 물든 담양은 움츠러든 여행자를 토닥토닥 다독거려 온전하게 품어 힐링을 해주니, 여유를 부리며 느릿하게 긴 시간 머물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속담에 ‘담양 갈 놈’이라는 말이 있다. 담양으로 유배살이를 갈 놈이라는 뜻의 욕이지만, 급변하는 시절을 버둥거리며 사는 사람들에게 귀양은 꿈같은 일일지라도, 지금 누군가에게서 ‘담양 갈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고맙다는 절이라도 하며 달려가고 싶은 곳이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려 담양IC를 나와 29번 국도와 887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광주호와 환벽당 가까이 있는 소쇄원을 처음 찾았다. 소쇄원은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능주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자, 그의 제자이며 문인인 양산보가 출세에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살기 위하여 꾸민 별서정원이다. 입구의 대나무 숲길을 걸어 야트막한 구릉의 정점에 닿으면 깊고 고요한 정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소쇄라는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분위가 찾는 이를 편안하게 감싸준다. 울창한 산림 속으로 계곡이 이어지며 이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 광풍각이 자리하고 있고, 사랑채 겸 서재의 기능을 하는 제월당은 그 위로 다소곳이 앉아 있다. 장마철이라 계곡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는데 많은 비가 내리면 폭포가 된다니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비 오는 날 소쇄원을 찾는 것도 좋겠다.

1528년에 소쇄원에 관련한 기사가 처음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1530년 전후에 착공한 것 같고, 양산보 개인이 꾸몄다기보다는 당나라 이덕유가 경영하던 평천장과 이를 모방한 송순 김인후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으로 정리하며 한국가사문학으로 간다. 담양은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고향이다. 계곡과 산천의 아름다움이 권력과 재물의 욕심보다는 초야에 묻혀 학문을 연구하고 청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가장 큰 소명으로 삼았기에, 남아 있는 누각과 정자인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환벽당 등이 선비들의 은신처로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고, 이런 곳에서 학문 연마에 몰두하다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이 불렀을 노래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곡조였을 것이다.

2000년에 세워진 한국가사문학관은 선비정신을 상징하듯 정자와 연못이 함께 있는 건물로 송순의 면앙정가를 비롯하여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이 고장에서 전하는 18편의 가사문학을 중심으로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시조와 함께 고전문학의 백미로 불리는 가사문학은 3·4조 또는 4·4조의 율격을 가진 일종의 노래악보로 녹음기술이 전무했기에 남겨진 기록이 없어 아쉬움이 많다.


 

   
▲ 메타프로방스의 조각 분수
   
▲ 담양천의 돌다리

 

마침 창평 장날(5일, 10일)이라 사람들이 많다. 잠시 창평시장을 둘러보며 시골장의 넉넉한 인심을 느끼며 마늘 등의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구입하여 슬로시티로 들어갔다. 슬로시티의 목적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간성 회복과 자연의 시간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을 표방하는 슬로시티 컨셉을 도입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평면의 전통문화성을 소재로 한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를 빠져나와 메타세쿼이아길 주변에 조성되고 있는 메타프로방스로 간다. 펜션과 음식점, 카페 등의 주황색 지붕과 하얀색 건물, 독특한 조각상들이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메타프로방스에 도착했다. 구석구석이 인파로 북적거리고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인기를 끌 만한 유럽풍의 분위기라 이곳 메타프로방스도 담양에서 꼭 가봐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할 것 같다.


담양에는 대나무 외에 메타세쿼이아라는 가로수가 있어서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줄을 서 모여 앉은 요정들이나 꼬마열차 같기도 한데, 길 가운데에서 쳐다보면 영락없는 영국 근위병들이 사열하는 모습으로 질서정연하게 찾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는 원래 중국이 그 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이 되었고, 1970년대 초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의 시범수로 지정돼 3~4년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 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을 선정해 오늘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분)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수많은 사람과 우리도 그런 모습을 연출하다가 금성산성을 찾았다. 금성산성은 고려시대에 쌓은 성으로 둘레가 7,345m이고 성 안에는 곡식 2만 3천 석이 해마다 비축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높은 산이 없는 밖에서는 성 안을 전혀 엿볼 수 없어 형세를 잘 살펴서 지은 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문과 성벽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고 곳곳에 우물이나 절구통 같은 유물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산성에서는 담양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산행과 함께 전망도 즐길 수 있어 좋다.

벌써 해거름이라 서둘러 죽녹원으로 향한다.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입구에 있는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면 몸이 풀리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넣어 준다. 사각거리는 댓잎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어느 순간 빽빽이 들어서 있는 대나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고,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서둘러 돌아나와 담양천의 돌다리를 건너 저녁식사는 간단하게 죽순회와 대통밥을 먹었다. 대통밥 죽순무침회 떡갈비가 미각을 공략하는 삼각편대라지만 떡갈비를 뺀 죽순회의 향취만으로 대통밥의 맛에 심취하며 담양 이야기를 마무리한다./진주고등학교 교사

 

소쇄원 광풍각
소쇄원 광풍각

돌다리 건너기
담양천의 돌다리를 건너는 모습
메타쉐콰이어길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 지도
메타세쿼이아길
메타세쿼이아길







최상급 특수 부위
최상급 특수 부위
상차림
상차림
죽순회
죽순회
대통밥
대통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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