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경일포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8.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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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삶’을 고민하던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제목을 꼽으라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격돌 이후 사람과 비사람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요즘, 이 책의 제목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 사람이란 무엇인가 등등 다 연결되는 문제이지만 그 중 한 가지에 대해서라도 명쾌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그러한 여러 문제의 근본이 되는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부터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 자체가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내리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만약 사람과 앵무새를 두고 이족보행을 하면서 말을 할 줄 안다는 정도로만 구분한다면, 이는 원숭이와 고양이에 대해 사족보행을 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는 정도로 구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즉 사람을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해 단순히 외형만을 비교해서는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알파고에 대한 기술이 더 발전해 정말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는 외형까지 갖추게 되는 단계가 오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실마리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사람을 사람이 아닌 것과 비교하는 데에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알 수 있다. ‘맹자’는 그러한 내적인 부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해준다. 맹자를 통해 사람은 본디 착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사람은 무슨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까지, 그리고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 넓고도 깊게 사람에 대한 혜안을 되돌아볼 수 있다.

맹자는 사람은 사단(四端)을 가지고 있는 선한 존재이며, 그것을 잘 보존해서 선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일정한 생업이 없이는 일정한 마음이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사단을 보존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뿐만 아니라 그를 보필하는 관료들도 국민들이 일정한 생업을 가지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사람다움을 보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먹고사는 사안이 중요하지만 이는 당연히 충족돼야 하는 일차적 조건일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또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맹자는 설파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 사람 자체를 사귀는 데에 본질이 있어야 하므로 근본을 보고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위를 이유로 벗한다면 그 벗함은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는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오직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할 때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덕은 그 스스로 얻은 것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으니, 그 사람의 근본이 된다. 이러한 본질이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의 무엇이라고 했다.

그 본질을 잃어버린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역할에만 매몰돼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동쪽으로 눕고 서쪽으로 불면 서쪽으로 눕는 갈대와 다름없게 된다. 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며,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본질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본질인 덕을 보존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되며, 다가올 더 진화된 알파고 시대에서도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구분해주며, 사람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도 될 것이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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