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91)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91)
  • 경남일보
  • 승인 2016.08.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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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23)
수필가 고동주는 팔순 기념 수필선 ‘달빛 닮은 흔적’을 내놓았다. 그는 민선 초대와 2대 통영시장을 지내고 왕성히 수필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보기 드문 수필가다. 그의 수필선 중 <바람소리>를 읽고자 한다. 이 작품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시장 재직중에 윤이상음악제를 열었고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의 고장으로 자리잡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소리>의 두 번째 단락부터 읽기로 한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의 향수를 그림 그리듯이 예술로 승화시켜 놓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몸은 비록 이역만리 타향에 두고 있었지만 영혼만은 늘 두고 온 산하를 떨칠 수가 없었다. 그가 빚어낸 오페라를 비롯한 120여곡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아니 고향 사람이면 반드시 귀로 만날 수 있는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이다.

새 천년이 시작된 2월 어느날, 시민문화회관에서 선생을 추모하는 통영현대음악제가 열렸다. 막이 오르자 1990년대에 그가 작곡한 관현악곡 <신라>가 먼저 연주되었는데, 나는 그때 분명히 음악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람소리.....’ 그렇다. 그건 분명한 바람소리 같은 것이었다. 이 한(恨)의 소리 비슷한 정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유년시절 불행을 쫓아가 보아야 한다.

가난한 목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떳떳하지 못한 그늘진 처지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소학교 다닐 때는 선교사의 풍금소리에 넋을 잃었고 동경유학을 다녀온 청년들에게 첼로를 배우면서 음악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 꿈은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음악학원의 입학으로 연결되고 그때부터 체계적인 작곡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운명도 악보 위의 리듬처럼 굴곡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동주 작가는 그 굴곡에 대해 태평양 전쟁때는 항일운동으로 인한 여파, 결핵을 앓게 되는 불운, 향학의 열망이 끊기게 되는 점 등을 들었다. 그리고 윤이상이 다시 귀향하여 여학교 음악교사로 잠깐 머물다가 부산사범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의 대학 강사로 후학을 돌보았다고 기록한다. 작품의 그 다음을 보자.

“하지만 늘 더 높은 곳을 향한 배움의 갈증으로 그는 머나먼 파리로 떠난다. 그 후에 베를린에서 배움의 닻을 내렸는데 그때는 이미 마흔 고개를 넘기고 있었다. 유학을 마친 후 작곡가로서 활개를 펴다가 또다시 불운을 만난다. 동베를린 사건으로 투옥되어 2년간 옥고를 치렀고 출감하여 서독에 귀화하게 되는데 그것이 영원히 조국을 등지는 길이 될 줄이야.....”

수필은 다시 윤이상의 작곡관을 이야기 한다. “작곡은 미학적 신념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양적인 신비주의에 뿌리를 두고 소우주의 아름다움을 읽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이상은 살아서 조국 고향땅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세계로 나가 그곳에 소리로 고향을 심고 다시 그 심은 소리를 들고 음악으로 귀향한 것이다. 수필 <바람소리>는 고향 통영과 윤이상이 창안해 낸 음률이 하나로 섞여서 흐르는 것이라 하여 그 제목이 붙여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수필은 음악이든 무엇이든 근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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