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의 도전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의 도전
  • 김귀현
  • 승인 2016.08.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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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첫 장애인 앵커 이어 휠체어타고 유럽 7개국 여행
▲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휠체어를 탄 장거리 여행. ‘어떻게?’ 라는 의문이 따라 붙었다.

지난해 휠체어로 유럽 7개국을 오간 홍서윤(30)씨는 10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첫 장애인 여성 앵커로 알려진 인물이다. KBS 입사 당시에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번 유럽여행기 역시 앵커 경력에 이은 세간의 화제거리다.

그러나 정작 여행자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녀는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그야말로 ‘못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대단하다는 말부터 건네셨어요. 휠체어와 유럽여행이 대단한 조합인가 했는데…, 불편함을 감내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창원 토월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여름방학 수영장에서 다리저림 증상에 시달렸다. 쥐가 내린 줄로 알았지만 마비가 왔다. 원인 불명의 척수염은 증상이 나타난 지 3년 만에 ‘바이러스성 척수염’이라는 진단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오가는 일이 외출의 전부였으니 학교 출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겪어본 적 없는 경험과 사회적 편견이 열 살 소녀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홍서윤 씨는 당시의 소녀를 “이골이 났다”고 표현했다.

필리핀에서 고등학교를,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만 스물다섯살에는 공영방송의 얼굴이 됐다. 그리고 다음해 스위스 휴가를 시작으로, 그 이듬해는 한 달간의 유럽여행 계획을 쥐고 떠났다.

홍서윤 씨는 “휠체어를 타면서부터는 어떤 삶을 선택할 지 고민의 연속이었다”며 “마침 서른을 한 해 앞두고 있었고, 혼자 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의 덴마크 여행 당시 사진.


덴마크·벨기에·스위스·독일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숙소 출구를 맞닥뜨렸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다 경찰서까지 가고도 실패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서는 휠체어 타이어가 터졌고, 스위스 쉴트호른에서는 어렵사리 장애인 패러글라이딩을 돕는 업체를 소개받아 하늘을 날았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의 응원과 축하가 쏟아졌다.

홍 씨는 “20대의 마지막을 여행으로 장식한 뒤 ‘장애인 이동권’ 관련 논문으로 졸업했다”며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도 열었다”고 말했다.

현재 홍서윤 씨는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를 맡아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장애인 여행을 돕고 있다. 여행 애로사항을 짚어주는 상담, 캠페인과 연구사업을 진행한다.

 
▲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의 덴마크 여행 당시 사진.


지난달에는 유럽여행기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했고, 오는 13일에는 지체·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복궁 나이트 투어’의 호스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듣기만 해도 바쁜 일과의 연속이다.

홍 씨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배려하는 기반이 국내보다 잘 다져 있다는 점을 여행 중 느꼈다”며 “모든 관광 약자들이 ‘접근 가능한 관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의 목표다”며 웃었다.

그녀는 막바지에 꽉찬 계획표를 살짝 풀어놓았다. “올해 봄에 다녀온 제주도 가이드북을 만들고요. 내년에는 북미 여행에도 도전할까 합니다. 계속 재미난 일을 할 거에요. 장애인의 대단한 여행이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여행이 될 때까지!”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의 스위스 여행 당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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