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봉사왕' 김막심 할머니
[영원한 청춘] '봉사왕' 김막심 할머니
  • 박준언
  • 승인 2016.08.07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년 봉사활동 '도움 줄 수 있는 것'이 기쁨
김막심 할머니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을 들어서자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신 할머니 한 분이 활짝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아담한 키에 인자한 얼굴, 큰 안경을 쓰고 계신 할머니는 우리가 늘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올해로 봉사 활동을 하신지 40년이 훨씬 넘으신다는 김막심(75) 할머니.

그녀는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체력단련실을 12년간 도맡아 관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다.

이날도 할머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150명이 넘는 이용자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흩트려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이곳은 체력이 약한 노인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꼼꼼하게 신경서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편리하게 기구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항상 실내가 깨끗이 유지되도록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하지만 평생을 각자의 방식대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다툼도 자주 일어나고 가슴 아픈 일도 생긴다. 그때마다 그녀는 미소 짓는 얼굴로 상대방을 설득해 원만하게 일을 처리한다.

한번은 여든이 훨씬 넘으신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분을 몇 년간 부축해 운동을 돕고 샤워도 시켜드렸더니 ‘수양딸’ 삼자며 고마워 하셨지만 이제는 뵐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또 한번은 홀로되신 고집 센 남자 노인분의 옷차림이 너무 남루해 운동하는 동안 옷을 세탁해 건넸더니 눈물을 보이신 적도 있다고. 이처럼 그녀의 봉사정신에는 진정성과 부드러움이 묻어있다.

“봉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껴요. 힘이 부치는 어르신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기도하고 더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특히 나이든 분들은 가슴에 엉켜있는 엉어리를 풀 수 있게 진심을 다해 도와야 합니다.”

강산이 네 번도 더 변하는 동안 베푸는 삶을 살고계신 할머니에게 봉사의 시간이 더해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서하는 일인데요.”

너무도 긴 시간이라 언제부터 봉사를 시작하셨는지 정확히 기억하실수도 없다는 할머니.

23살 곱디고운 어린 나이에 지금의 남편에게 시집와 50년이 넘는 세월을 아내로 어머니로 청춘을 보내셨다는 할머니. 젊은 시절 넉넉지 않은 살림에 의지할 데 한 곳 없는 삶이 너무 힘들어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도 마음먹었지만 차마 3살배기 어린 아들을 두고 갈 수 없어 모진 가시밭 같은 삶을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궂은 일도 마다않고 삶을 스스로 개척한 할머니. 고무냄새가 진동하는 동네 신발공장에서 땀 흘리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가정을 꾸리고 새로 태어난 자식들을 돌보며 그야말로 강한 어머니의 삶을 살아온 할머니. 그런 어머니의 정성으로 자란 2남 1녀는 이제 경찰, 선생님, 군인이 돼 국가에 봉사하고 있다.

 
 
 
 


할머니가 치열한 삶을 시작했을 무렵은 범국가적으로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던 197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부산에서 생활하던 할머니는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원으로 참가해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

본인의 삶도 힘든데 굳이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할머니는 “내가 힘들어 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더군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나 둘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돕는데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할머니의 이런 노력들은 그동안 받은 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경남도지사상, 부산시장상, 김해시장상, 보건복지부상 등 그녀가 걸어온 봉사의 길을 인정해주는 공로패와 상이 10여개가 넘는다.

“상도 감사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도운 사람의 얼굴이 굳은 표정에서 밝은 표정으로 변하고, 얼음같이 차갑게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 그 이상 보람을 느낄 때가 없습니다.”

오후 4시면 일을 마치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할머니. 이제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포켓볼과 일주일에 두 번 즐기는 배드민턴 시간이 기다려진다.

젊은 시절 바깥 활동으로 할머니 속을 무던히도 태웠다는 남편은 이제 아침·저녁으로 할머니를 차로 모신다.

“천국이 따로 없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어 나에게는 여기가 천국입니다.”

건강히 허락하는 한 봉사의 삶을 이어가겠다는 할머니.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을 내비치고 있는 그녀의 봉사 시간은 아직 무한대로 남아 있어 보인다.

박준언기자



김막심 할머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