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이미 ‘말뫼의 눈물’은 흐르고 있다
[경일시론] 이미 ‘말뫼의 눈물’은 흐르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8.08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미국의 경제공황은 모든 것을 고갈시켰다. 아서 밀러는 그의 소설 ‘샐러리맨의 죽음’에서 “모든 것은 고갈된 느낌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절규했다. 신대륙을 찾아 청교도정신을 뿌리내리려 했던 1929년, 월가의 붕괴로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울어야 했고, 굶주림을 피해 도시로 향한 행렬은 끝이 없었다. 배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이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필라델피아로 번져 나갔다. 이런 상황을 유진 오닐은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을 통해 공황이 정신의 황폐화 현상까지 몰고 왔다고 한탄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좌절의 빛이 떠오르고 굶주린 사람의 눈에는 분노가 자라고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분노가 충만하고….” 존 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대량생산으로 풍족한데도 농촌이 붕괴해가는 과정과 극심한 경제공황을 맞은 군중들의 처절한 삶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달러박스였고 국부의 한 축이었던 조선업의 붕괴를 보고 있다. 잇따라 해운업과 전자부품업까지 확산되고 있는 기업부실로 대량해고와 도산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한꺼번에 성공적으로 이뤘던 신화를 새로운 질서재편으로 극복해야 할 상황에 몰려 있다. 그 중심에 경남은 조선업 불황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행정력은 구조조정 연착륙을 위해 고용안정에 매달리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실망하지 않고 활력을 찾는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풀고 이미 고용이 해체된 근로자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로 일자리를 찾아 주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마치 산업혁명으로 노동력이 중요시되면서 농촌인력이 봉건사회의 성주의 손에서 벗어나 그 사회의 붕괴를 가져왔듯 고용의 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몰고 오고 있다. 노동현장에는 이미 자동화로 컴퓨터가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뿌리산업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세이다. 김해와 창원에는 그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집단을 이루고 오히려 그들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 역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공황은 뉴딜정책으로 극복됐다. 대형공사로 잉여노동력을 흡수, 쓰레기통을 뒤지던 사람들을 안정시켰고 월가의 붕괴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창조해 나갔다. 주인을 위해 일했던 노예생활이 그리워 흑인영가를 부르던 그들은 여전히 도시빈민으로 남아 있지만 새질서에 정착해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조선과 해운업의 회생을 꿈꾸며 관련산업의 붕괴를 막아보려 하지만 ‘말뫼의 눈물’은 이미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이미 팽배해 있다.

이제는 오히려 연착륙을 도모하고 스웨덴이 말뫼의 조선업에 장송곡을 울리며 슬픈 눈물을 흘린 아픈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새로운 고용질서를 찾는 것이 현명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도시빈민이 생겨나고 그들로 인한 도시문제가 양산되기 전 대책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3차산업으로 부를 창조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했던 고용체계는 이제 붕괴되기 시작했고 근로자들도 기피하고 있다. 인구 100만의 창원과 거제, 통영 등 경남의 중심도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 심각한 현실을 대증적 처방으로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범국가적인 대책을 만들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새질서를 창조해야 하지만 국회는 아직도 미몽속을 헤매고 있으니 국민들만 불안하다. 봉건사회의 붕괴와 경제공황은 왜 일어났는가 곱씹어 볼 일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