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아동학대와 부모교육의 필요성
[경일시론] 아동학대와 부모교육의 필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16.08.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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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며칠 전 양치질하다 쓰러진 네 살 여자아이의 사망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쓰러진 뒤 119에 신고해 딸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 조사결과 친어머니의 학대로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딸아이의 팔과 다리, 등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의사가 발견해서 경찰은 아동학대를 의심했고, 사흘 뒤 그 어머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큰아이도 아닌, 겨우 네 살배기 아이를 27세인 어머니가 철사옷걸이와 몽둥이 등을 사용해서 숨지게 만들었다니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아이는 당초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가 아버지가 지난 4월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자 어머니가 지난달부터 직접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혼했다고 자기자녀를 보육원에 갖다버린 아버지도 문제이고, 키우려고 데려온 자녀를 엄마가 분노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로 죽게 만든 것도 문제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부모로서 해야 할 기본도리를 어긴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의 자격’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부모가 되려면 적어도 그 전에 예비부모교육 단계로서 부모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공부하든지 또는 부모교육 강좌를 통해 부모됨이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는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알고 부모가 돼야 할 것이다.

사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아이만 낳는다고 해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낳은 아이를 좋은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제대로 잘 길러주어야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역할이란 부모에게 제2의 직업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일임을 자각하고 명심해야 한다. 부모역할은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소홀하게 간주돼 왔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미래가 우리 자녀들에게 달려 있다면, 결국 미래를 여는 열쇠는 일차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모역할이란 우리의 자녀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안에서 생존하고 번영하도록 보호하고 준비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목적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하루가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이 살아갈 환경에서 스스로 자기 앞길을 헤쳐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즉 자녀들이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준비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흔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평등’에 대한 의미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라는 개념은 모든 사람들의 개성이 똑같이 창조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 개인은 서로 다른 꿈이나 가치를 지니며, 또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그 역할에 의해 부여받은 책임도 서로 다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족 내에서 부모와 자녀는 어떤 면에서는 평등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는 리더의 역할을 하는 반면에 자녀는 학습자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즉 부모는 가족의 리더로서 가족을 이끌어가며 자녀와는 다른 책임과 권리를 지닌다. 모든 부모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부모교육을 받아 ‘아동학대’라는 말이 하루빨리 없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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