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자동차와 자전거의 꿈
[객원칼럼] 자동차와 자전거의 꿈
  • 경남일보
  • 승인 2016.08.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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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약 100년 전에 자동차가 처음으로 발명됐을 때 사람들은 매우 열광했다. 이는 그 무엇보다도 거의 무한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각종 교통사고를 유발함으로써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됐다. 또한 도시공간에는 사람 대신에 자동차와 이를 위한 도로, 주차장, 주차건물과 업무 및 상업시설로 채워졌고, 인간은 도시공간에서 축출 및 소외됐다. 이로써 인간성 상실과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이 외에도 자동차 소음과 교통체증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쾌적한 도시 정주환경을 해치기도 했다. 가장 골칫거리는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었다. 자동차는 도심 내에서 유독 가스를 배출함으로써 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먼저 직시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를 처음 개발한 독일이었다. 특히 독일 남서부 도시인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반부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의 효용성을 높이면서 승용차의 운행을 줄이는 소위 ‘park & ride’라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도시 근교나 외곽에다 주차장을 설치해 전차, 버스, 전철 등의 공공교통으로의 환승을 유도함으로써 도심 내 승용차 진입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 사업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공공교통 중심의 도시교통망을 구축하고 정비했다. 동시에 고비용의 주차비 징수 등을 통해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원초적으로 막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가지의 효과적 대안정책은 자전거였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데다가 저렴한 운영비와 유산소 운동효과를 통한 다양한 신체기능 향상 등의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반면에 자전거 주행은 불편하며 항상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착안해 시는 자전거를 위한 전용도로, 교량, 신호등,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또한 신호등을 비롯한 교통체계를 자전거 중심으로 연동시켰다. 이외에도 어지간한 곳은 자전거로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도로망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했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간편하게 연결하는 환승센터도 건립했다. 이 결과 프라이부르크는 시민의 약 30%가 자전거를 이용하게 됐고, 인구 20만의 소도시가 세계적인 환경수도로 도약하게 됐다.

진주시도 자전거 도시건설을 위해 여러 해 동안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많은 결실을 맺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완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진정한 자전거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도로구조와 교통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최근 진주시는 이러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투입, 행정적 의지 및 지원, 선진기술의 검토 및 투입 등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결단이다. 이는 아무래도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친환경적 선택에 의지를 내비추어야만 한다. 반면에 얻는 것은 건강하고 청정한 인간중심의 도시공간이다. 이에 진주시민의 품격 있는 선택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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