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눈독, 저 장미
그대의 눈에 들고 싶다
독으로 스며들고 싶다
그 무엇보다
아픈 핏발이 되고 싶다
-김일태(시인)
‘눈독을 들이다(Have one’s eye on)’라는 말이 있다. 물건이나 자리에 대한, 또는 욕심을 내어 자기 것으로 가질 궁리를 하며 쳐다보는 시선을 일컫는다. 여기 팔월의 붉은 장미 한 송이, 들끓는 폭염을 견딘 자국이 꽃잎 가장자리로 선명하다.
4행의 시를 가만 읊조려 보자. 당당하나 속으로 삼키는 고백의 한 방식이지 않은가. 기다림의 쉼 호흡이 붉게 스며 있는…. 아마도 일순간의 감정은 아닌 듯하다. 당신을 원한다는 마음의 눈빛이 욕망과 열정을 뛰어넘어 순수한 사랑고백으로 전달되는 찰나인 것이다. 이에 시인이야말로 상상력과 직관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견자(見者)라고 하겠다. ‘시는 심장의 뉴스다’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눈독이라는 문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도출한 디카시라 하겠다. 그나저나 시인으로 하여금 참 오랜만에 듣게 되는 ‘눈독’이란 시어에 자꾸 마음이 쏠린다./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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