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공생’
[경일포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공생’
  • 경남일보
  • 승인 2016.08.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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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하루가 멀다 하고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매스컴을 통해 접하면서 과연 인류가 아닌 지구상의 자연생태계에도 갑을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자연생태계를 움직이는 모든 구성원들 간에는 생존을 위한 관계에서 반드시 경쟁은 물론 기생, 공생과 같은 관계가 성립되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를 보자. 개미는 진딧물로부터 당분을 공급받는 대신 진딧물을 무당벌레 같은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 즉 서로 다른 두 생물이 특별한 해를 주지 않는 상태에서 접촉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관계를 ‘공생관계’라 한다.

이와 달리 참나무와 겨우살이의 관계처럼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의 체표 또는 체내에 붙어서 영양분을 취하며 생활하는 관계를 ‘기생관계’라고 한다. 편모충과 흰개미와 같이 양쪽이 모두 이익을 주고받는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연생태계는 먹이사슬이라는 범주에서 경쟁과 기생, 공생에 의하여 유지ㆍ관리되면서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는 어떠한가. 인간은 상호 조화롭게 공존ㆍ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양식인 생태공동체가 현대 산업사회의 발전이 가져온 많은 문제점을 자각하면서도 경쟁과 갈등의 증폭으로 인하여 자연생태계와 같은 공생관계가 아닌 경쟁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이 때문에 갑과 을의 갈등관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자연생태계에서 공생관계가 가장 원만한 식물과 미생물을 통해 최근 자주 발생하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반성해 보고자 한다.

약 150억 년 전, 상상을 초월하는 고온 고압의 가스덩어리가 ‘펑’ 소리와 함께 단 한 번의 찬란한 대폭발을 일으킨 지 3분 만에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냈다. 그로부터 약 100억 년이 지나 지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쯤 되는데 지금으로부터 4억 년 전쯤에 나무와 숲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프실로피톤(최초의 육상 식물)이 생겨났고, 그후로 여러 종류의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숲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식물로 자랐다. 이러한 자연계에 존재하는 육지식물의 90% 이상은 미생물들과 공존 공생, 즉 최근에 인간사회에서 회자되는 상생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 성장의 필수요소인 토양 속 질소와 인산은 미생물들에 의해 흡수된다. 실례로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가 토양 속의 질소를 고정해 식물에 공급하는 자연계의 시스템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에서 흔하게 키우는 난초의 생장을 살펴보자. 난초가 광합성으로 얻은 당분을 토양 속 미생물들이 먹고 자랄 수 있도록 토양에 공급해 주면, 미생물들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필수영양분을 난초에 공급해 준다. 또한 미생물들이 난초의 뿌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난은 줄기에 비해 뿌리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난을 옮겨 심을 때에는 반드시 원래 있던 곳의 흙을 같이 옮겨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이 자연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면서 먹이사슬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포식관계가 존재하더라도 대부분은 서로 이로운 점을 주고받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하찮은 토양의 미생물조차도 서로 공생하면서 살아가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이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갑질에 따른 을의 마음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요즘의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박남창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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