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幸福)의 숨은 원리
행복(幸福)의 숨은 원리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국식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이국식

말복이 지나면서 공기의 감촉이 달라졌다. 아직 한낮은 땡볕이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의 바람은 얼마 만에 느껴보는 청량감인가. 행복의 정의가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라면 폭염과 열대야로 밤에도 에어컨을 켜야만 했던 며칠 전과 확연히 다른 이 기분은 작은 ‘행복’임에 틀림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삶의 의미이며, 목적이고 인간 존재의 온전한 목표이다”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섭씨 1도 낮아진 공기의 작은 변화에도 느끼는 이 기분으로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첫 번째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일상의 작은 만족과 기쁨을 얼마나 자주 체험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승진이나 창업 성공 등 인생의 금메달을 목에 몇 개씩 걸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작고 솔솔한 재미를 얼마나 자주 느끼면서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행복추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윈윈 게임이다. 어느 한 사람이나 어떤 국가가 행복해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최인철 교수는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고 했다. 행복은 좋은 사람과의 지속적인 교류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친한 친구가 행복해지면 내가 행복해질 확률이 15%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입증해주듯 행복은 전염되는 것이다.

첫눈 오는 날은 모든 관공서가 휴무일로 정해서 첫눈의 즐거움을 온 국민이 함께 만끽하는 나라 부탄, 히말라야 오지의 GDP 6500달러 수준의 나라지만 국민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가치 있고,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날마다 새벽 등산길에 동네 뒷산을 사이좋게 오르는 평범한 앞집 어르신 내외분을 만나는 날이면 기분이 좋아졌던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손에 잡히지 않는 청량한 바람 한줌에 행복한 이 아침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국식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