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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부산 성지곡 수원지지그재그 데크길은 장애인도 함께가는 동행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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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3  01: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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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을 움켜쥔 ‘평화의 소녀상’ 모습.

◇일어선 ‘평화의 소녀상’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이나 자연 속으로 가서 힐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지곡수원지는 부산광역시 도심에 있다. 어쩐지 힐링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볼거리 몇 개와 어린이 놀이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 3월, 부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는 뉴스를 듣고 꼭 한번 찾고 싶었다. ‘우리 할머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소녀상은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있는 다른 곳의 소녀상과는 여러모로 차이점이 많았다. 다른 곳에 세워놓은 평화의 소녀상은 아픔을 머금고 있는 과거의 모습이라면 부산에 세워놓은 소녀상은 곧게 서서 몸을 살짝 비틀어 세상풍파를 다 헤쳐 나갈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자세로, 미래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담고 있었다. 다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눈물과 애틋함으로 다가섰다면, 부산의 소녀상 앞에서는 두 손을 뻗어 악수라도 청하면서 ‘미안합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곧 세상의 주인이십니다’라고 말을 건네고 싶을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댕기머리 한 소녀가 움켜쥔 오른손 주먹을 펴서 내 손을 꽉 잡아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라를 망친 사람은 임금과 벼슬아치들이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사람은 할머니와 백성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픔은 늘 백성들의 몫이었다. 이런 마음을 서로 교감한 뒤, 성지곡 계곡물보다 더 큰 소리로 함께 울음을 터트리고 싶었다. 할머니를 가슴 아프게 한 것은 왜놈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한몫을 했다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할머니께서, 아니 소녀가 귀엣말로 나에게 전해주는 것 같았다.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는 어리석은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왼쪽 발꿈치를 곧추세운 채 의지에 찬 눈빛으로 나에게 건네는 듯했다. 소녀상 뒤 그림자로 새겨놓은 할머니의 모습, 맞다! 우리 할머니였다. 지팡이를 짚은 채 돌아서는 나를 배웅해 주는 듯했다.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는 또 하나의 조형물이 눈을 끌었다. ‘부산항일학생의거 기념탑’이다. 1940년 11월 23일 구덕운동장에서 개최된 제2회 경남전력증강 국방경기대회에 참가한 동래중학교(현 동래고)와 부산제2상업학교(구 부산상고, 현 개성고) 학생들이 일제의 민족적 차별에 항거했는데, 이것이 부산항일학생의거, 일명 ‘노다이 사건’이다. 일제 말기 전시체제 아래 전개된 국내 최대규모의 학생항일운동으로, 학생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장 역할과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기념탑을 건립했다고 한다.

 
   
▲ 나무데크로 만들어놓은 녹담길.


◇모두가 함께 가는 친환경 길

평화의 소녀상과 항일학생의거 기념탑을 가슴에 담고 성지곡수원지로 들어서자, 나무데크로 만든 길 가운데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그대로 서 있었다. 대체로 길을 새로 낼 때 나무를 베어 없애고 사람이 다니기 편리하도록 길을 만드는데 비해 기존의 나무를 그대로 살려두고 길을 낸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녹담길’이란 표지판을 따라 가니 데크길을 계단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았다. 그 뜻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삼나무 숲 사이로 조성된 완만한 경사길로 노약자나 아기를 동반한 가족, 장애우들이 다니기 쉽도록 만든 무장애길인 ‘녹담길’이었다. 여기서부터 삼나무와 편백나무숲의 쾌적한 산책로가 성지곡수원지를 끼고 조성되어 있다. 옛날에는 부산시민의 젖줄이기도 한 수원지가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되었다.

부산어린이회관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자연친화적 숲 생태교육인 ‘숲으로 가자! 숲愛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오감생태놀이 중심의 숲체험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자연친화적 감성과 고운 인성을 함양시키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는 교육이다.

 
   
▲ 백양산에서 내려다 본 부산시의 풍경.


1코스(숲길)는 ‘숲에서 놀자!’라는 주제로 오감 생태놀이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숲 4D 체험하기, 나무기둥 자리 바꾸기, 열매빙고, 생태의자 만들기 등 숲 자연생태를 활용한 놀이활동이 이뤄진다. 2코스(사랑길)는 ‘숲에서 배우자!’라는 주제로 숲놀이와 숲관찰학습이 이뤄진다. 암석의 변천과 도심하천의 발원지를 살펴볼 수 있고, 관찰교구인 루페와 청진기 등을 이용해 소나무, 때죽나무, 물오리나무 등 각종 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3코스(꿈길)는 ‘숲과 하나되자!’라는 주제로 걷기명상을 통한 감성교육이 이뤄지는 곳으로 편백나무, 삼나무 등 상록 침엽수가 많아 피톤치드가 풍부하고 다양한 숲 계층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키드키득파크 등 친수변공원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가족 간의 사랑을 두텁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나무를 손상하지 않고 조성한 탐방길.


◇부산의 보물, 백양산

성지곡수원지 주변은 온통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삼림욕장이 워낙 넓은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와서 힐링을 해도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성지곡수원지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백양산 정상까지 산행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왼쪽 등성이에 있는 바람재에서 백양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좀 가팔라도 뒤돌아보는 부산시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대도시 가운데 있는 산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이 120여 개나 남아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넓고 큰 너럭바위처럼 보인다. 그리고 300m가량의 석성이 능선을 따라 축조되어 있는데 안내문이 없어 정확하게 그 쌓은 내력을 알 수가 없다.

백양산에서 부산의 사하지역과 사상지역을 조망하는 것도 정상을 밟은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온몸에 젖은 땀이 오르막의 경사도를 말해 주는 듯했다. 착한 땀을 흘리는 동안에는 근심, 걱정, 명예, 사랑 모두 흐르는 땀과 함께 떠나보낼 수 있어서 무척 개운하다. 내려오는 길, 편백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일행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앉았노라면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다. 흘린 땀 자리에 머금은 피톤치드가 땀 흘린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상쾌해진다. 땀이 곧 힐링이고 보배다.

박종현(시인·경남과학기술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 입장료가 없는 키드키득파크.

성지곡수원지
맑고 깨끗한 성지곡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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