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의 나라
자유와 평등의 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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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김 (미국LA거주 교포)
조세핀 김
미국이란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항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났던 거리의 풍경들이 어찌나 생소하던지…. 그것은 낯선 곳에 대한 느낌이라기보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내가 상상해왔던 그 느낌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낮은 지붕들과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듯한 조용한 거리의 풍경들. 과연 이곳이 미국 캘리포니아인가, 참으로 첫인상은 ‘허탈감’ 자체였다.

그랬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낯선 땅에서의 삶이 어느덧 거의 30년이 돼간다. 고국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이 땅에 살았던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제 돌이켜보니 여기에서의 삶은 복잡하지도 않고 조금은 단조롭고 조용하게 살았던 것 같다. 살면서 겪은 고생이 전혀 없었다는 게 아니다. 그저 다수에 의해 끌려가는 듯 살지 않고 나만의 색감으로 살아가는데 그다지 부대낌이 없었다는 의미다. 어느 나이부턴가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연륜의 보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이라는 사회환경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여러 인종이 모여 있는 만큼 서로 다른 인종의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다름’의 차별을 두지 않고 다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배우게 하는 교육이다.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나누려는 교육의 형태를 갖고 있다. 또 식당에 가보면 장애가 있는 어르신이 절뚝거리면서 수레를 끌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행기 승무원도 나이가 지긋한 여인과 남성이 많은데 한국의 승무원들과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40대 들어 직장을 구해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비교적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이다. 각각의 개인이 존중받고 있다는 부분을 다수가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 나라 선호도나 지지도를 떠나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은 나에게 처음 느낌처럼 조용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을 뿐더러 허탈하지도 않다. 그러나 늘 한결같다. 어디를 가도 30년이 지나 그곳에 가면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다. 살면 살수록 이 나라는 큰 변화도 없고 느리게 흘러간다. 그렇지만 내면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장구한 흐름이 관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세핀 김 (미국LA거주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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