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8월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
1967년 8월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
  • 박은정
  • 승인 2016.08.24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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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폭염경보, 밤에는 열대야, 한마디로 “뜨겁게 타고 있다” 곶감보다 무서운 전기요금에 에어컨은 자린고비가 매달아 논 굴비 신세가 된지 오래다. 입추도 말복도 지났건만 더위는 물러 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49년 전 여름, 그때도 그랬나보다. 
1967년 8월의 경남일보는 ‘삼복 25시,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이라는 코너에서 무더위에 맞서 싸우며 일하는 다양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진주우체국 전화교환실.(1967년 8월3일 4면) 지금은 ‘전화교환’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지만 처음 가정에 전화가 들어왔을 때는 우체국에 전화교환대가 있었고, 원하는 전화코드를 이리저리 꽂아주는 전화교환원이 있었다. 

섭씨 34도의 열탕, 하루 6만회의 호출량이 과중한 업무를 말해주고 있다. 전화번호를 사용하면 업무량을 10% 줄일수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좁은 공간에 초만원 시설과 70여명의 교환원이 쉴틈없이 전화를 교환업무를 보고 있었을 당시와 지금처럼 어지간한 직장엔 냉방시설이 되어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 1967년 8월4일 경남일보 그 때 그 시절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


‘전파는 시원하지만 ‘스타디오’는 덥다’는 제목이 인상적인 진주방송소.(1967년 8월10일 4면)
요즘은 아프리카 TV, 팟캐스트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진주방송소라는 것이 1962년 12월 개소된 KBS 진주중계소를 말하는 것 같다. 처음 1000여 대도 미치지 못했던 진주의 라디오 보유대수는 KBS 중계소 개소 이후인 1966년 5652대로, 당시 진주의 가구 수가 1만9000세대인 것을 감안할 때 라디오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진주에서는 TV를 시청할 수 없었기에 사람들이 더욱 라디오 앞에 몰려들었나보다. 

아나운서는 냉방시설도 없는 좁디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보이지 않는 청취자의 사연을 읽고 노래를 들려주는 고독한 직업이었다. 하루 40여 통의 팬레터에 땀을 씻고 활력을 되찾는 지역의 연예인이었다. 생방송이라는 시간에 얽매인 일이었기에 피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 1967년 8얼10일 경남일보 그 때 그 시절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

전화교환원이라는 직업도 냉방시설 안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아나운서도 모두 옛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무더위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우편배달부가 있다. 세 번째로 찾아간 진주우체국 우편배달부 김종길씨.(1967년 8월11일 4면)
일년 365일을 야외에서 일하는 직업임에 성실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문패와 지번 없어 헤맬 때는 짜증나지만 순박한 시골 노파에게 소식을 전하고 돌아설 때 “체부, 체부” 부르며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잔 권할 때는 참으로 마음이 흐뭇하다면 보람도 잊지 않고 전하고 있다. 

지금에야 우체부들이 전하는 것이 소식보다는 배달물품이 더 많아진 요즘.  먼 데 있는 친구가 그리울 때면 문자로 전화로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게 현실이지만 오늘은 나도 손편지 한 통으로 그리움을 전해봐야겠다.  편집부 박은정
 

▲ 1967년 8월11일 경남일보 그 때 그 시절 '더위를 삼키는 사람들'

경남일보 그 때 그 시절, 그때 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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