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94)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94)
  • 김귀현
  • 승인 2016.08.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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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철새처럼 고향에 와 머물다 가는 시조시인 김호길(2)
김호길 시조시인은 진주고등학교 31회로 1958년에 입학하여 1961년에 졸업, 바로 경상대학교 농과대학 농학과에 입학했다. 그가 진주고등학교에 다닐 때 문학하던 학생으로는 한 해 선배로 김봉군(가톨릭대 명예교수), 강동주(작고,시인)가 있었고 동기에 김삼섭, 이규용, 강희근 등이 있었고, 한 해 밑에 양왕용(부산대 명예교수), 두 해 밑에 정목일(수필가), 이영성(시조시인) 등이 있었다. 문예반 지도교사는 황정규 선생이었다.

황정규 선생은 첫시간마다 일본 스기야먀 기자 이야기를 해주어 별명이 ‘스기야마’가 되었다. 신문사 기자였던 스기야마가 우에노동물원이 불이 났을 때 현장취재 기사를 코믹하게 써서 일약 유명기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그 기사가 갖는 현장 상황의 세밀한 묘사가 하나의 전범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사장이 이 기자를 불러 상금을 내렸을 때 기자는 내 할 일을했을 뿐 상을 받을 일은 아니라 하며 수상을 거절했다는 것 등이 유명세를 더 가지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하여 인기 교사로 발돋움했다. 황선생은 정비석의 기행수필 <산정무한>을 가르칠 때 ‘산- 정- 무- 한’으로 끊어 발음하면서 발음을 통해 문학적 향취를 십분 드러내어 학생들에게 문학은 재미 있고 향기로운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국어교사 가운데 김영실 선생은 후에 진주교대 교수로 전출했는데 문학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듯하면서 문학 이야기로 들어가는 묘한 화법으로 학생들의 과목 이해를 북돋아 주었고 이밖에 영문법 교사이면서 교지에 단시를 이따금씩 올린 김이한, 박성순 선생, 생물과 송두성 선생 등이 이 무렵의 진주고교가 가지는 문학적 배경이었다.

김호길은 이번 유심작품상 수상자가 되어 지난 12일 만해축전에서 수상했는데 수상작은 평시조 한 수였다. <모든 길은 꽃길이었네>가 그 작품이다. “스쳐온 굽이굽이 사연이야 많았지만/ 지나온 모든 길이 아름다운 꽃길이었네/ 꽃 피고 새 우는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왔네” 이 시에 지금 기억한 그의 학창시절의 한 부분도 들어 있지 않은가 한다. 이 작품은 쉽고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만큼 노숙한 경지라 할 것이다. 필자는 김호길의 시조를 읽으면서 천상병의 <귀천>을 떠올리게 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슬처럼 영롱하고 아름답다. 긍정적이고 자연이고 자연으로 가는 길을 말하고 있다. 그런 태도가 김호길의 태도다.

김호길은 1967년 ‘시조문학’에 3회 추천완료로 공식 등장했다. 이때 추천해 준 분은 이화여대 교수 이태극 시조작가였다. 그 이후의 일이지만 경상대학교 이명길 교수와 이태극 교수가 합의하여 개천예술제 백일장에 당선된 사람은 ‘시조문학’ 당선자 자격을 주게 되었다. 이 협약이 10여년간 이어졌지만 실제로 혜택을 본 사람은 누구였는지 필자에게는 자료가 없다. 이런 저런 일로 경남지역의 시조문학이 한국시조문학의 텃밭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일역은 말할 것도 없이 개천예술제 백일장이 담당한 것이라 하겠다. 그 중심에 김호길 시조시인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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