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흡연한 학생을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나?
[경일포럼] 흡연한 학생을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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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부산 강서 지역 6개 고등학교에서 흡연한 학생들을 보건소에 신고하여 5만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는 뉴스가 나온 뒤 이러한 조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이 팽팽하다.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학교 당국자들은 그 덕분에 흡연하다 적발된 학생들의 수가 2013년 120명에서 2015년에는 20여 명으로 급속히 줄어들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일부 교원단체나 고등학생들은 학교가 교육기능을 포기하고 보건소에 떠맡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건소에 신고된 학생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실제 흡연한 학생의 수가 줄어든 것인지 흡연하다가 적발된 학생의 수가 줄어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의 효과를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교사가 흡연학생을 보건소에 신고할 때 나머지 모든 학생들이 교사를 불신하게 될 수 있음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쟁과 관련지울 수 있는 고사성어가 줄탁동시이다. 이 고사성어는 ‘병아리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스스로 껍데기를 깨뜨리고 동시에 어미 닭도 밖에서 껍데기를 쪼아준다’는 뜻을 가진다. 여기서 줄과 탁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어미닭이 알을 쪼아 주는 시기가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병아리가 죽을 수 있다. 또한 알을 너무 약하거나 세게 쪼아서도 안 된다. 솜방망이처럼 너무 약하게 쪼면 알이 깨지지 않을 것이고 쇠망치처럼 너무 세게 쪼면 병아리가 상처받을 것이다. 따라서 줄탁동시는 교사가 적절한 시기에 그리고 적당한 정도로 학생을 가르치거나 훈육해야 한다는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줄탁동시를 흡연학생을 위한 교육에 적용하면, 교사는 흡연한 학생을 너무 일찍 또는 너무 세게 벌하지 않으며 학생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방치하지도 않아야 한다. 학생이 흡연하다 처음 적발되었을 때 바로 보건소에 신고하는 것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너무 이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흡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학생들이 만성흡연자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탁을 준다는 것은 먼저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여 학생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시간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계속 흡연할 때 보건소에 신고하면 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흡연하다 처음 적발된 학생에게 학교에서 벌주면서 학생이 스스로 금연하려고 노력할 기회를 주고, 두 번째 적발되었을 때는 보건소에 신고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교사가 교육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학생이 금연하도록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법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법은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학교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보건소에 신고되어야 한다. 만약 강서지역 6개 고등학교가 흡연한 학생뿐만 아니라 흡연한 교사도 보건소에 신고하였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강서지역의 고등학교가 학교에서 흡연한 교사는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으면서 흡연하다 적발된 학생만 신고하였다면, 이것은 불평등한 조치로 비교육적이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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