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색의 시간으로 채워보자
가을, 사색의 시간으로 채워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9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국식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이국식

너무 성큼 다가와서 당황스러울 만큼 가을이 가까이 왔다. 개학을 하던 지난주 초까지도 식을 줄 모르던 한낮의 폭염 때문에 사실 여름방학을 연장해야 되지 않나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름은 이글거리며 타올랐던 시작처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도 알고 미련없이 떠나는 뒷모습까지도 열정적이면서 단호했다.

2017학년도 대입 수능시험과 일부 특목고의 입시를 위한 원서접수가 이미 시작됐다.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원서쓰기에서 올해의 가을이 시작되는 듯하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천둥 몇 개, 벼락 몇 개/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는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은 ‘가을’에 대한 공감을 넘어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폭염도 소나기도 다 이겨낸 이 가을에 우리 학생들 모두가 결실의 열매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위 때문에 훌렁 벗어뒀던 옷 매무새를 갖추면서 안으로도 내실을 다지고 싶은 이 계절, 문득 올려다보는 하늘이 높게 더 파랗게 보이는 것에도 감동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사색에 대하여 들춰본다.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헤아려 생각함’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검색의 편리함이 나도 모르게 사색을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검색이 정답이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라면, 사색은 정답이 없는 것을 끝없이 찾아보는 가치로운 활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삶에서 생각을 비롯하게 하는 것이 느낌이고 느낌이 사물을 지각하면서부터 그로 인해 사색이 이어진다고 한다. 느낌이 아무리 쉽고 편해도 이를 넘어서야 하고, 사색이 아무리 지루하고 힘들어도 이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느낌과 사색은 감각과 이성이다. 따라서 짧은 느낌이 긴 사색으로 이어질 때 감각과 이성은 비로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짧은 느낌과 긴 사색, 곧 감각과 이성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네 가슴속 곳간도 그득함으로 넘치지 않을까.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에서 사색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개학을 한 아이들에게 방학이라는 짧은 느낌이 성숙이라는 긴 사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2학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국식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