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남부내륙철도에 대한 단상
[의정칼럼] 남부내륙철도에 대한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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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경남도의원)
철도에 관한 에피소드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미 서리공사(署理公使)였던 이하영은 본국으로 귀국할 때 왕에 대한 선물로 철도와 기차모형을 가져와 고종 앞에서 시동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철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기차를 놓으면 서울과 인천을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자 고종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 사람아, 무엇이 바빠 그렇게 빨리 간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한다. 지금은 철도가 대한민국 국토의 동맥으로 오늘날 눈부신 경제발전의 근간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역사의 테이프를 5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천에서 거행된 ‘김삼선’ 철도 기공식에 참석해 “이 선(線)은 장차 영동·영남지방과 호남지방을 직결합 응대한 횡단선이 될 것이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삼선’은 김천에서 교통오지였던 거창, 합천을 거쳐 삼천포에 이르는 구간에 철도를 건설하자는 국가적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산부족과 세계은행 교통조사단의 권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반세기가 흘러왔다.

이 반세기 숙원사업이 가시화된 것이 바로 남부내륙철도사업(김천~거제)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표적 낙후지역개발 공약사항에 남부내륙철도 사업을 반영했고, 그 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계획이 비용대비편익(B/C)계수가 저조하다며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했다. 해상교량길이 최소화, 노선 직선화, 설계기준 속도조정 등 사업계획을 변경함으로써 약 80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된 새로운 안에 대한 예비타당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경남도의회 남부내륙철도 특별위원으로 관련기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B/C가 마치 전지전능한 기준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 말하는 것이 듣기 딱해 한마디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의 제철산업, 거제의 조선산업, 창원의 기계산업 등이 B/C계수를 기준으로 경제성을 따졌다면 오늘날의 경제발전은 불가능했다. KTX 호남선, 광주~순천 경전선 전철화 등은 B/C계수가 낮음에도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처럼 남부내륙철도 또한 같은 연장선상으로 봐야한다. 특히 진주·사천 우주항공 국가산단,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향후 10여년이 지나면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산업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겠느냐?”

앞서 언급한 B/C계수라는 것은 ‘효익/비용계수’로 어느 사업으로 인한 효익을 금액으로 표시해 분자에 두고 그 사업에 투여되는 제반의 비용을 역시 금액으로 표시해서 분모에 두고 나눠서 수치가 1.0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고, 그 이하이면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지역 난개발로 국가예산 낭비를 방지한다는 명분은 이해가 되지만 인간의 능력이나 ‘알파고’와 같은 슈퍼컴퓨터의 능력으로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간은 3~5년이 한계라고 한다. 하물며 10년 이후의 기상변화, 물가변동 등에 따른 경제상황을 예측해 비용수치로 환산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남부내륙철도는 미시적으로 B/C계수라는 수치에 함몰돼서는 안된다. 거시적으로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기점으로, 아시아·유럽을 단일경제권으로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질적 실현이라고 봐야 한다.

 
강민국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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