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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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6.08.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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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김 (미국LA거주교포)
조세핀 김
휴가 때 친구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라스베이거스에 숙소를 잡고 하루를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해 애리조나 주를 거쳐 유타 주에 위치한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엘 다녀오는 2박 3일 코스였다.

레드 캐니언을 지나고 얼마를 달리자 브라이스 캐니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여러 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합창단원이 울긋불긋한 화려한 옷을 입고 장엄한 합창곡을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언뜻 그 형상의 연상작용에 의해 귓가에는 합창곡이 들리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열 개가 넘는 뷰포인트를 차근히 돌아보는 동안 그 음악소리는 귓가를 맴돌며 장엄하게 펼쳐지는 풍경에 대한 감상을 배가시켜 주었다.

연신 이어지는 감탄사가 조금 줄어들 무렵, 우리는 그곳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트레킹을 이어갔다. 오르내리는 길이 힘이 들기도 했지만 아래서 위를 쳐다보는 풍경은 훨씬 웅장하고 멋있었다. 자연 그대로 생겨지고 깎여진 첨탑 같은 바위 수백개가 하늘 끝에 맞닿아 있었다. 각 포인트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떤 곳은 중세시대의 성벽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떤 곳은 태국의 사원 같아 보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것은 족두리를 쓴 여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순간 나도 모르게 오랜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간의 관념도 흐트러지고 말았다. 인생은 길어야 백세인데 조금 알게 된 지식과 경험으로 많은 것들을 단정 지으며 또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이 자연은 늘 묵묵히 말없이 그저 비바람에 깎이고 무너지는 대로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여행을 통해서 비로소 눈이 뜨이고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돌아보는 정화된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언어도 다르고 모양새도 다른 사람들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서로에게 반가운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는 오랜 시간 비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고 선 자연의 위대함을 서로 공유하기 때문이리라. 나 자신 역시 이번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 삶의 가치를 깨닫고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미국LA거주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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