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6> 충북 보은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6> 충북 보은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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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송 떠올리는 소나무 정식, 인상깊은 만찬
▲ 조각공원


입추와 말복이 지나도 꺾일 줄 모르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 한 점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려달라는 마음으로 밀리는 고속도로를 가다 서다하며 보은으로 간다. 우리나라 팔경 중의 하나인 속리산은 태백산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하고, 남쪽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왕봉에서 한남금북 정맥이 분기하고 있으며, 행정구역상으로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 배영숙 산양초밥상


먼저 저녁식사를 위하여 속리산 법주사지구에 자리한 배영숙산야초밥상을 찾았다. 배영숙산야초밥상은 보은에 위치한 산야초 건강음식 전문점으로 고객들의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소망을 담아 근방의 풀을 뜯어 찬을 만들고, 속리산의 100가지 산야초를 채집해 만든 발효액을 음식조리에 사용한다고 한다. 보은의 특산물인 대추로 밥을 지어내는 대추정식과 함께 속리산정식 소나무정식 버섯전골 등을 맛볼 수 있는데, 산야초 발효효소를 가미한 대추장아찌 대추약고추장 등도 맛볼 수 있다. 깊은 맛이 배어 있는 밥상을 앞에 놓고 전국에서 모여든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은 한 점씩 맛을 음미하며 나누는 좋은 음식 못지않게 즐거운 힐링의 시간이다.

정이품송을 모티브로 한 소나무정식으로 품격 있는 만찬을 즐기고 산책을 겸해 조각공원을 찾았다. 조각공원은 속리산국립공원 잔디공원 내에 조성돼 있는데, 법주사까지 가는 오리숲에 위치해 주변의 경치가 좋고, 김석우의 하늘과 땅의 교감 등 충청권의 대표적인 작가 27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잔디공원에서 법주사 가는 길에 조성된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가 뛰어나 노화방지 만성피로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준다기에 황톳길을 걸어보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찻집을 찾았다.

 
▲ 소나무 정식
▲ 소나무 정식 2


모처럼 냉커피와 팥빙수를 즐기고 숙소에 들었는데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 마침 가까이 치킨집이 있어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도, 오는 길에 소원한 것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치킨집을 찾았다. 늦은 시간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몇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사이에 오붓하게 우리도 자리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해 먹는데, 그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만찬을 했는데도 치킨과 맥주는 잘도 들어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가게 문 닫을 시간쯤에 숙소로 돌아와 편안한 꿈나라를 찾았다.

이른 시간에 정갈하게 세안을 하고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을 지닌 법주사를 찾았다. 보은의 얼굴로 일컬어지는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에 의신조사가 창건했는데, 창건 이래로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정유재란 때는 충청도 승병의 본거지가 돼 왜군들의 방화로 모조리 불타버린 것을, 사명대사가 대대적인 중건을 시작해 인조 4년까지 중창이 마무리됐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친 후 오늘에 이른다. 예전의 법주사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화엄 신앙축과 용화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미륵 신앙축이 팔상전에 직각으로 교차하는 가람배치였으나, 1990년 높이가 33m에 이르는 청동미륵불을 조성하면서 그 배치가 흩어진 것도 알게 됐다.

이곳 속리산 일대에는 보은의 지정 문화재가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데, 그중 법주사에는 국보가 석 점이나 있으며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볼거리로 가득하다. 우선 본 가람으로 들어가면서 만나는 천왕문과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위패를 모셨던 선희궁 원단, 16나한을 모시고 있는 능인전,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께 공양한 희견보살상, 그리고 쌀이 80가마는 너끈히 들어가는 석조와 쇠솥 등을 찬찬히 둘러보니 그 섬세한 아름다움에 이른 아침부터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침식사로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능이해장국을 선택했다. 능이버섯은 공기가 좋은 깊은 산중에서 자라며 3년에 한 번 정도만 채취가 가능한 귀한 버섯인데, 깔때기 모양의 다갈색 버섯으로 건조하면 거의 흑색이 되면서 강한 향을 내고, 비타민과 단백질 분해성분이 풍부해 유리아미노산 23종, 지방산 10종, 미량 금속원소 13종, 유리당, 균당 등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B2는 송이버섯에 비해 9배 많아 탈모예방에도 좋다니 시원하게 해장국을 먹고 나오며,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능이버섯 음식 중 돼지고기도 궁합이 잘 맞는 것도 체크해본다.

 
▲ 황톳길
▲ 정이품소나무


다시 숙소로 돌아가 소지품들을 챙겨 외과수술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명승 속리산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정이품소나무를 잠시 알현하고 솔향공원을 찾았다. 솔향공원에는 식물원 야외전시원 스카이바이크 편의시설 및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관목류 및 산야초류를 비롯, 야생화 등을 관찰하며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을 즐길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 스카이바이크를 달리며 가족화합의 기회도 만들 수 있으며, 생태체험 4D 영상관에서는 꼬마잠자리 ‘나노’가 잠자리로 인정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나는 모험을 감상할 수 있다.

보은읍 민속자료전시관에 잠시 들러 군 문화재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일제 때 보은지역 의병들의 재판 판결문과 당시 보은지역의 의병활동상을 엿보고 차를 달려 오장환문학관으로 향했다. 회인면 중앙리에서 태어난 오장환 시인은 1930년대부터 1951년까지 우리 문단에서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전개한 시인으로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린다. 이런 시인을 기리고 문학적 성과를 바르게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생가를 복원하고 문학관을 건립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문학자산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학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서 조선시대의 객사인 인산객사를 둘러보고 하얀민들레생태마을을 찾았다.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고, 피톤치드 체험의 산책로는 자연의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힐링 수준의 싱그러운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둘러 주변에서 먹을 만한 식당을 찾으니 돼지주물럭 백반을 내는 나드리식당이 있다. 예약도 받지 않으면서 10여명의 일행이 들여 닥쳐도 혼자서 여유 있게 음식을 차려낸다. 묵은지에 주물럭과 갖은 양념을 듬뿍 넣어 팬에 올려 가열하니 먹음직스러운 두루치기가 만들어지고, 신선한 야채와 함께 토속반찬이 차려진다. 넉넉한 충청도 인심의 주물럭 백반으로 폭염 속에 진행된 보은 이야기도 즐겁게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청동미륵불

희견보살상

솔향공원
민속자료전시관
오장환 문학관
인산객사
하얀민들레생태마을
돼지주물럭 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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