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어제부터 ‘그날’이 시작됐어요”
[객원칼럼]“어제부터 ‘그날’이 시작됐어요”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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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번 리우올림픽 기간 중 관심을 끄는 한 가지 소식이 있었다. 중국의 수영 국가대표인 푸 위안후이(20)에 관한 내용이다. 수영 여자 배영 1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그녀는 생리 중에 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푸는 여자 400m 혼계영에서 중국의 첫 번째 주자로 출전했다. 그녀는 경기 후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기도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배가 아프냐고 묻자 “어제부터 ‘그날’이 시작됐어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더 피곤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며 수영을 제대로 못한 것 때문에 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솔직한 모습에 중국의 팬들은 SNS를 통해 찬사를 쏟아냈다. 여성 스포츠인들이 금기처럼 여기며 언급하지 않던 생리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는 것이다.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씩 치르는 생리가 운동선수에게 예외일 수는 없다. 운동선수의 생리에 관한 내용은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것이라 조심스럽게 다뤄 보고자 한다.

운동선수의 생리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는 체조와 수영종목이 자주 나온다. 여자 체조선수는 고등학생 때쯤 초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초경 평균연령이 만 12세 전후인 것에 비하면 늦은 나이에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초경이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지방이 적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체조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과도한 식이조절로 체지방량이 매우 적으므로 여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적게 분비된다. 또한 장시간 과도한 운동을 하므로 생체리듬에 변화가 생겨 호르몬 분비나 조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생리를 늦게 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여자 체조선수가 월경을 하면 살이 찌고 골반도 벌어지므로 선수생활에 있어서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 수영선수들은 생리를 제때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생리 중에도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며, 또 다른 문제는 생리를 하게 되면 전체적인 몸의 상태가 안 좋아져 기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러면 수영선수들은 생리기간 중 어떻게 할까. 수영선수의 블로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는 생리를 하는 날도 그냥 물에 들어가기도 한다. 물론 조금은 샐 수 있겠지만 수압 때문에 표시가 나지 않는다. 둘째는 체내형 생리대(탐폰)를 한다. 탐폰을 사용하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영장 물을 흡수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시간 착용하면 질 내에 불청결한 환경을 만들어 골반내 감염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을 준다. 생리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체조·수영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여성 선수들은 그날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생리로 인해 4년 동안 노력한 것이 허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런 점을 알기에 여성 선수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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