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지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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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김 (미국 LA거주·교포)
 조세핀 김

당나귀가 빈 우물에 빠졌다. 농부는 슬프게 울부짖는 당나귀를 구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 당나귀도 늙었고 쓸모없는 우물도 파묻으려고 했던 터라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람들은 제각기 삽을 가져와 흙을 파 우물을 메워갔다. 당나귀는 더욱 울부짖었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웬일인지 당나귀가 잠잠해졌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니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나귀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을 털고 털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발밑에 쌓인 그 흙더미를 타고 점점 높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묻으려는 그 흙을 이용해 무사히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어떤 주보에서 읽은 글인데 느낌이 오래 남았다.

가끔씩 자신을 비방하는 글이나 모욕하는 댓글들 때문에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정말 꽃다운 청춘에 세상을 등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세상사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신 어르신들도 세상을 등지는 경우가 많다. 사연들이 왜 없었겠느냐마는 그런 소식들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상 사람들도 나는 똑바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어지럽게, 무분별하게, 위태롭게 살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가 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당나귀는 발목까지 차오른 흙더미를 딛고서 등 위로 계속 쏟아져 내리는 흙을 털어내며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었으리라. 우는 걸 멈추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것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고난이나 역경 속에서도 도리어 오로지 살기 위한 몸부림만 생각했다.

당나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늘, 나무, 바람, 들에 홀로 피어난 들꽃 하나도 애초부터 우리 것이 아니었다. 가끔은 우리 혹은 내 것이 아닌 그 하늘에서도 세찬 빗줄기가 내리고 폭풍이 불어 힘겨울 때는 원망도 했다. 이제는 원망도 한탄도 회한도 할 겨를이 없다는 걸 알만한 나이가 됐다. 그야말로 당나귀처럼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의 위기를 삶의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담벼락 밑에서 쬐이는 봄볕 같은 인생살이를 한껏 누리고 가자고 하는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이제는 우리도 내 등에 떨어지는 흙쯤은 털어버리고 그 흙을 밟고 다시 일어서 보자.

 

조세핀 김 (미국 LA거주·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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