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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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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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철새처럼 고향에 와 머물다 가는 시조시인 김호길(4)
 


김호길 시조시인은 고향 사천이나 진주를 들릴 때면 지갑을 다 털고 갔다. 지금은 사천에는 자택이 없고 진주 망경동에 주거지를 정해 놓고 친구들을 만났다. 그의 활동 반경은 멕시코, 로스앤젤스, 서울, 진주로 이어진다. 국제적인 나들이에 국적은 한국으로 회복하여 진주시 망경동이 한국적 주소지임을 은근히 자랑한다.

필자와 친구 B군이 어느날 봉곡동에서 점심을 같이 하는데 김호길이 기념으로 각기 100달러씩 선물이라 하고 건네 주었다. 지갑에 있는 돈을 다 소비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때는 그의 멕시코 농장의 형편이 좋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필자와 B군은 김호길과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반에 있었으므로 그의 추억에다 선물을 건네 주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상대학교 전원문학회 창립 멤버로 학교 밖 동문들 동인단체가 발족되었을 때도 관심을 가지고 참석할 수 있어서 약간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동문 단체가 발족될 때 참가한 문인들은 최광호, 제행명(창립회장), 우재욱(전 포항제철 이사), 구자운, 이영성, 손국복(진주중학교장), 류준열(단성중학교장), 이강제, 최인호(전 한겨레신문 한글문제연구소장), 박노정(전 진주신문 대표), 박구경, 양곡 등이었는데 이들은 문학에 대한 열정이나 애교심이 유다른 분들이라 할 것이다.

시조시인 이영성의 기억에 의하면 김호길 시인이 대한항공 조종사로 있을 때 진주의 문인들이 그의 자택을 방문하면 양주로 대취하여 나오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김호길은 친구를 좋아했고 술을 좋아하고 고향을 좋아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1970년대 서울 문인가에서는 선거열풍이 불어 한국문인협회에 등록이 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서울행 열차를 타고 가서 한 표 행사를 하고 왔는데 그때는 어김 없이 김호길 자택을 들러 한 잔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날 이영성은 고 이월수 시인, 조오현(시인, 백담사 회주) 등과 어울렸는데 택시를 타고 진주행 주차장까지 오면서 나눈 덕담들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양곡 시인은 그가 경상대학교 신입생일 때 전원문학회 입회를 했는데 “첫모임때 김호길 선배가 마침 전날 대한항공 사천행 비행기를 조종하여 왔노라고 하면서 신입생 환영회를 해주었어요. 대학이 날로 발전하여 이제 모교에 왔는데도 촌놈이 도시에 나온 느낌이 들었다”고 격려를 해준 것이 어제같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종사 체험으로 쓴 김호길의 <하늘 환상곡> 한 편을 기억해내었다.

“비취 하늘 떼구름밭 평화로운 태양의 나라/ 더러는 집채 같은 솜구름 몰려 산다/ 영원한 안식의 고향이사 하늘 밖에나 있는가// 끝없이 펼쳐나간 구름 또 구름의 바다/ 저무는 대해 위에 화알 활 타는 노을/ 불바다 불기둥을 잡고 내 마음 한껏 설레인다// 어둠 깊숙이 별이 뜨고 속눈썹 달이 뜬 다음/ 어둠 사르는 별 중에 가장 밝은 별로 뜬다/ 태평양 곤히 재우는 저 정다운 자장가// 그 뉘라 그릴 건가 한 폭 그림으로 못 담을/ 운평선 가이없는 피안 건너 타는 아침/ 진주홍 햇덩이를 안고 머언 산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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