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눈물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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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봉곡초등학교장)
박상재

진나라 환온이 촉을 정벌하기 위하여 양자강 삼협을 지나는데 마침 높은 절벽 위에서 놀던 원숭이 새끼가 실수로 배위에 떨어진다. 새끼를 잃은 원숭이 어미는 죽기 살기로 강을 따라 백리 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다 마침내 포구에 배가 정박하자 두려움도 없이 배위에 뛰어든다. “내 새끼! 돌려 달라고….” 그리고는 자기 새끼 한 번 안아보고 즉사하고 만다. 이를 이상히 여긴 환온은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 세대에 술 한잔에 거나하게 흥이 오르면 부르시던 ‘단장의 미아리 고개’ 에 나오는 단장(斷腸), 즉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10달 동안 부모님 뱃속에서 33병의 피와 1240병에 이르는 어머니 젖을 먹고 태어났다. 그래서 부처님 만행 도중 뼈 무덤을 보시고 ‘어느 것이 어머니 뼈인지 가려보라’ 하시는데 사람들이 머뭇거리자 “어머니 뼈는 영양분을 모두 자식에게 주어 푸석푸석하고 기름기가 없는 것이 어머니 뼈”라고 말씀하셔 주위를 숙연케 한다.

‘친할 親’을 파자하면 ‘설 立, 나무 木, 볼 見’이다. 즉 ‘부모님이 나무 위에 올라서서 자식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글자다. 글자 속에서도 부모님 얼굴이 어른거린다.

2006년 인천 농협지부장 이군익(42)씨는 10㎏이 넘는 알루미늄 지게에 92세의 아버지를 지고 금강산을 구경시켜 중국에까지 기사가 대서특필돼 ‘한국의 효자가 대륙을 감동시켰다’고 극찬했다. 효가 사라지는 중국에서 이 기사는 여행사 대표의 마음까지 울려 공자의 고향 태산까지 초청돼 만인의 귀감이 됐다. 여행을 마친 후 아버지는 웃으며 영면했다.

‘복권에 당첨’됐다고 어머니를 문전박대한 뉴스나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도 각서를 받고 유산을 물려주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옛말에 ‘충신은 효자 밑에서 난다’라고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내가 아버님께 매를 맞은 날은 ‘막내의 울음은 저승까지 들린다’며 남 몰래 부엌에서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가 가을이 되니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하는데…. 어머니, 불효자를 용서하소서.

 

박상재 (봉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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