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조선산업의 현재 그리고 항공산업의 미래
[객원칼럼] 조선산업의 현재 그리고 항공산업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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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한가위 연휴에도 쉴 새 없이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킨 각종 교통수단은 이른바 수송기계 산업의 산물이며 그 하위에 자동차, 철도차량, 조선, 항공으로 분류된다. 다시 이들 네 산업을 유사성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하면 자동차와 철도차량, 조선과 항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육상을 통한 수송이라는 점과 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도로나 철로 상에서 운행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후자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유체를 통해 운행한다는 점과 원거리 수송에 유리하다는 점이 유사하다. 항공기의 속도단위를 시간 당 항해마일인 노트(knot)로 사용한다든지 항공기의 방향타를 배의 키를 일컫는 러더(rudder)라 하는 등 항공분야의 여러 용어나 정의가 조선분야에서 유래했다는 점은 두 분야의 뿌리가 같으며 산업적인 유사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1995년 1월 한 달 동안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현장실습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항공공학도였던 필자에게 조선소 설계부서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체가 선박에 미치는 항력을 계산하고 이를 대형 예인수조에서 모형으로 검증해 형상을 가다듬는 일련의 과정은 당시 왜 우리의 조선산업이 일본을 능가해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1993년 무렵부터 연간 선박 수주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 조선산업 분야의 자신감이 매우 컸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러 조선산업의 현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저유가의 고착화, 중국의 조선업 팽창, 그리고 각국의 보호무역 회귀로 인한 자유무역 물동량의 감소가 예상되는 이때 감히 조선산업의 위기를 몇 년만 기다리면 해소된다는 식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최근 조선산업의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일본을 볼 때 우리와 대비되는 점이 있다. 일본의 3대 항공산업체로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후지중공업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선산업과 항공산업을 겸업하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선박들이 발이 묶이자 한진해운과 운송계약을 맺었던 업체들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항공으로 대체수송을 결정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항공기와 선박은 물류수송에 있어서 대체재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의 수송기계 산업 편제가 현재와 같은 조선산업의 위기상황에서는 상호보완적으로 불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한 단계 더 크게 보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별기업 내에서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인력이나 자원의 재배치를 실행하는 것보다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가적으로는 조선산업과 항공산업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조율할 수 있다. 현재의 조선산업에 대한 적정한 구조조정과 미래의 항공산업 분야로의 산업 재편이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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