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아동 성희롱과 사회적 책무
[경일시론] 아동 성희롱과 사회적 책무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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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아동 성희롱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모두가 행복하게 한가위 명절을 즐겨야함에도 사회의 한부분에서는 여전히 어둡고 추한 일면이 계속 우리의 삶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추석연휴가 끝날 무렵,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가슴살 좀 빼야겠다”고 말하고 안마를 시킨 야구부 코치의 언행은 성희롱이며 아동학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초등학생을 추행하고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 김모(2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 고법에 돌려보낸 것이다.

재판부는 “폐쇄된 공간에서 안마를 시키고 신체부위를 폄하하는 말을 한 것은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가 여학생을 상대로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피해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이자 가혹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3회에 걸쳐 뽀뽀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피해아동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밝혔다.

초등학생에 대한 성희롱 및 아동학대가 뒤늦게 대법원에 가서야 제대로 판단됐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그러면서도 위와 같은 아동 성희롱을 한 코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 고등법원 재판부 판사들의 성희롱 관련 인식에 대해 정말 개탄스러운 심정이다. 검찰이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인 김씨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은 초등학생 A양에 대한 강제추행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고, 검찰이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지만 2심도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피해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방해할 정도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인식해야 하겠다. 첫째는 아동에 대한 성희롱이나 학대는 정도의 차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동은 성인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나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그 심리적 압박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판단하는 1, 2차 판사들의 인식에 아연할 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피해아동이 정상적인 판결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성희롱 및 아동학대사건이 일어난 지 2년 넘도록 아직 사건이 정리되지 않고 그 아동을 계속 괴롭힌다면 그 엄청난 정신적 피해는 누가 어떻게 갚을 것인가.

아동은 미래에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구성원들이다. 이들을 잘 성장시켜야 우리사회도 밝아지고 발전적이며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아동에 대한 성희롱이나 아동학대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사회적 책무이다. 아직도 성희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판사들은 피해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위해서라도 성희롱 인식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판결 후 몇 년이 흘러 대법원에 가서야 원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을 받아 재판을 새로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아동 성희롱 및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변해야 할 것이다. 아동이 힘이 없다고 마음대로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자녀라고 생각하고, 우리사회의 소중한 초석임을 명심해 내 자식 못지않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아동을 배려하고 잘 키우는 것은 우리 성인 모두의 사회적 책무임을 잊지 말자.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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