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3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34)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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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34)

“이 년이 미쳐도 작게도 안 미쳤네. 남자들도 에럽은기 사회생활인데 니까짓게 뭔 재주로 주딩이만 살아가지고. 당골네 가시나 명자년 따라 공장띠기 할라꼬? 간에 헛바람만 복쟁이로 가뜩 들어갖고. 한 번 더 그 따구 소리하모 참말로 다리몽댕이 작신 뿌러질줄 알아라”

“그거는 아부지 말씀이 옳다. 부모치고 어느 부모가 자식 잘못되는 걸 바래노”

부녀간의 이런 실랑이를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어머니도 한마디 거들었지만 언니는 곱다시 수긍하지 않을 만큼 이미 굳은 뜻을 세우고 있었다. 하얗게 흘긴 눈길로 어머니를 쏘아본다.

“말이라꼬 옆에서 그런 짝짜쿵을 하나. 바보. 펄떡펄떡 뛰는 산짐승 잡을라꼬 노내끼 들고 댕기봐라 그리 잘될까”

제 할 말을 다 마친 언니는 호미를 담아 놓았던 소쿠리를 옆에 끼고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아직 덜 자란 빡빡머리에 수건을 쓴 수치스러운 모습으로는 방문 밖도 못 나가리라 여겼던 가족들의 예상을 뒤엎고 언니의 행동은 당돌했다. 아버지가 가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제 할 말 다했다고 언감생심 먼저 자리를 뜰 수 있는가.

당사자가 쑥 빠져버리자 머쓱해진 얼굴에 노여움을 들끓이고 있던 아버지는 애매한 어머니께로 불화살을 날려댔다.

“저 가스나로 당장 다리몽댕이를 뿌질러서 들어앉히야것다. 에미 애비한테 어디서―. 돈, 돈 좋아하다가 꼬라지 잘돼간다. 저 년 망새이 새끼맹키로 변해가서 저 꼴로 막 나가는 거 에미 눈에는 안보이나?”

가만히 듣고 있기 민망해진 어머니가 조신스런 어투로 변명을 했다.

“그러케 세상이 바뀌고 있은께 임자 생각대로 안 될끼라니께요. 달구새끼라서 가다놓겠소, 소 짐승이라서 멍에를 씨아놓것소. 우리가 생각을 조금썩 바까서 시대에 맞차야지 저그로 나무래모 날마다 싸움 나고 부모 자식 간에 능정만 나요. 아니할말로 금지옥엽 귀한 자슥 구종 늘여서 시집보낼 처지도 아님사 제 말도 노상 그른 말은 아니지요”

“에미가 그리 한 줄 느꾸고 있으닝깨 가스나 자슥이 저리 억세게 나오능거 아이가. 내 욕 묵고 남의 집구석 망할 라모 가스나 자슥 옆에서 북치고 장구 쳐라”

“그야 내가 손목 잡고 가갸 거겨 가르친 것도 아니고 이치가 그렇다고 지가 깨친 걸 우짜것소. 그라니깨 임자도 인자는 돼지새끼만도 몬 한기 딸자슥이라 그런 섭한 맘은 그만 자시고 맏자슥으로 은근히 대우를 해주믄 지도 생각이 있을 거 아임니꺼”

“나는 그리는 몬 한다. 부모 혼 다 빼 묵고, 꼬리치고 제 굴 찾아 가능기 백여시겉은 딸자슥인디”

“아이구 또 저리 나오시네. 내사 모리것소, 임자 맘 내키는 대로하시고 낭중 후회할 일 생기더래도 내 원망은 마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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