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대한민국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경일시론] 대한민국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9.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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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각자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을 말한다. 중국은 공산당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먹고살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소강(小康)사회’를 달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최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세계를 전략공간으로 보면서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에 닿는 새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새 해양 실크로드를 만드는 ‘일대일로(一帶一路)’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반부패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에 자국의 의지를 적극 표명하는 ‘주동작위(主動作爲)’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제한 신질서를 만들려는 전략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꿈은 일본을 ‘강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상실한 일본의 성장 잠재력, 외교적 영향력의 저하, 사회적 폐쇄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 아베는 ‘강하고 적극적이며 자랑스러운 일본’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적으로 활력 있는 일본을 만든다는 그의 공약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베는 ‘지구의를 돌려 보는 외교’를 한다며 시야를 국제공간으로 돌리고,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세계 질서 형성에 동참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질서를 돕는 국제적 첨병이 되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본을 만들겠다며 자학사관을 버리고 대신 자긍사관을 심고자 한다. ‘주장하는 외교’를 통해 영토와 주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의 꿈에는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다.

중국의 꿈과 일본의 꿈에는 세 공통어가 있다. 시간적으로 ‘미래’를 보고 있고, 공간적으로 ‘세계’를 지향하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 그들보다 내일이 더 절박하고 삶이 더 팍팍한 우리나라에선 이 세 가지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과 민간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경쟁력 강화에 절치부심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회는 나라 안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심이다. 세계가 어찌 변하든 그들의 경쟁공간은 좁은 국내에 있다. 이제는 세간에서도 통하지 않는 떼법과 우격다짐과 자기기만이 그들의 세계에선 이상할 게 없다. 오죽하면 젊은 세대가 “정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칠까.

미래의 먹거리와 국가의 진로는 과거의 회상이나 부활에서 오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와 분단의 아픔, 전쟁의 상처와 성장의 뒤안길은 결코 잊어서는 안되지만, 시대정신은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주변국의 피해자였던 과거의 기억만 되새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갈지를 고민할 때이다. 잘 살고 강한 주변국이 있다는 것은 도전이기도 하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국가의 꿈과 전략은 험난한 시대와 거친 세계를 헤쳐가기 위한 방향타이고 나침반이다. 제 밥그릇이 급한 지도자는 꿈이 있을 수 없고, 무사안일한 관료는 전략을 거부한다. 자기 임기동안 아무 사고만 안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전략이 아니라 꼼수만 자란다. 잘못된 점을 숨기거나 합리화하는데 급급한 지도자를 누가 믿겠는가. 나라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공직자도 많다. 그들에게도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치밀한 전략적 항해도를 손에 쥐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강하고 활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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