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전작담당)
민원인 중에 가끔 ‘고향에 땅이 있는데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작물과 재배법을 소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곤 한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병행하기 위해 한번 파종(정식)하고, 재배 중간에 작물을 관리하지 않고, 수확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작물은 없다. 예전에 “할일이 없으면 고향에 가서 농사나 짓지”하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이 말 또한 요즘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할 수 있다.
과거 먹는 것이 부족할 때는 고깃국에 쌀밥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요즘은 살을 빼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경제 성장기에 굶지 않기 위해 벼 품종 육종과 재배기술 개발 및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벼농사의 경우 물컹한 논 흙을 발에 묻히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즉 트랙터로 논을 경운하고, 육묘장에서 벼를 육묘하여 승용이앙기로 이앙하고, 무인헬기로 병해충을 방제하고, 콤바인으로 수확해서 건조하지 않은 산물 벼로 수매 하는 등 거의 100% 기계화되어 있다.
그러나 벼농사에 비해 작업단계가 많고, 정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재배양식도 지역에 따라 상이하여 기계화의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고령화된 노동력을 극복하고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계화는 필수적이다. 논에서 콩 재배는 배수를 양호하게 하기 위해 이랑을 지어주어야 하고, 잡초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멀칭을 재배를 하게 된다. 최근 이랑작업, 멀칭작업과 파종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농기계들이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지만 재배 후 멀칭 비닐이 콤바인 수확에 걸려 방해 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밭에서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하게 되고, 수거 후 재활용 등 처리에 불편한 점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필름이 개발되어 실용화 단계에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기계 수확의 불편함, 제거노력, 친환경적 처리비용 등에 비추어 보면 경제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외 병충해 방제도 동력 분무기를 사용지만 더욱더 생력화하기 위한 무인헬기, 드론 활용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콩 자급률이 32.1%이고 작업 기계화율이 61%이다. 그리고 농촌의 노동력이 급속하게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콩 자급률을 2020년까지 39%로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밭작물의 경영규모를 규모화 하고, 농지의 규격화율이 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해결하고, 우수한 품종이 개발·보급되고 기계화 작업이 정밀·간소화되면 콩 등의 자급률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소비자도 국산 농산물과 이들 가공품 소비를 생활화하여 농가를 기쁘게 하는 밭작물의 자급률을 높이고, 건강도 챙기는 스마트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정호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전작담당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