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교육격차 해소(I) : 그 원인부터 분석하자
[경일포럼] 교육격차 해소(I) : 그 원인부터 분석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9.26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섭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교육격차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격차는 소득수준이나 사회계층에 따라 교육성과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바꿔 말하면 교육격차는 중·상류층 학생이 학업성취도가 높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뒤에 더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지만, 저소득층 학생은 학업성취도가 낮고 취업도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부모의 소득격차가 심해질수록 자녀들의 학업성취도(성적), 대학진학률, 교육받은 기간의 차이(학력), 취업률과 취업의 질적 차이도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교원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지난 7월7일 취임한 하윤수 교총회장은 사회적 배려계층의 아이들이 교육공동체 가족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8월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동료 국회의원 20명과 함께 교육격차 해소법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저소득층 아동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격차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그 원인부터 먼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격차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소득격차가 자주 언급된다. 소득수준 및 사회계층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다르니 소득격차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소득격차는 교육격차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학부모들이 그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자녀를 공부시키려는 이유는 교육수준에 따라 소득수준이 달라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격차는 교육격차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이므로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지만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라고 명확히 말할 수 없다.

최근 교육심리학자들은 교육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학습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학습요인에는 학습자원(언어코드, 문화코드, 시간빈곤, 학습시간, 사교육 기회), 학습태도(시간관, 학습관, 학습동기 및 의지력, 노력), 학습역량(학습전략,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력)이 있다. 학생들이 가진 학습자원은 학업성취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내용이 중·상류층 문화와 언어코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상류층 학생에게 유리하고 저소득층 학생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저소득층 대학생은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하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시간이 줄어들고, 수업시간에는 학습태도가 나빠지고, 그 결과 좋은 학점과 장학금을 받기 어렵게 돼 다시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설상가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은 계층이동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서 학습동기가 떨어져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높다.

또한 저소득층 학생은 중·상류층 학생들에게 비해 학습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학습역량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부모나 교사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소득층 부모들은 좋은 학습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자녀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줄 수 없고, 교사들은 방대한 교과내용을 가르치는데 바빠서 이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시간이 없다. 따라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학생의 학습태도와 학습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섭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