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2)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2)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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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2)

그들은 영원히 둘로 갈라지는 순간까지 아옹다옹해야만 그들 부부답게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삼자가 뭐라 건 간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합일 된 정신영역을 공유한 부부의 모습으로 가정의 불행을 퇴치하기 위한 정성어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지는 어머니 앞에서 아버지를 비난했던 일들을 떠올리자 어머니의 말 없음에 자신이 기만당하고 있었던 씁쓸함을 느꼈다.

바깥마당으로 나오자 짙은 어둠이 설렁 다가와 그녀의 앞에 마주섰다. 기대 누우면 아늑하게 품어 줄 것 같은 넉넉함을 어둠은 간직하고 있었다. 건조한 공기에 실려 안장산 산골짜기까지 밀려갔던 굿마당의 풍물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서는 마을을 싸고 깊이 감돌다가 아득히 먼 곳으로 멀어졌다 되돌아왔다를 반복한다.

저 멀리로 보이는 농로의 주황색 가등을 바라보며 생각 없이 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투덕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형체만 알아 볼 수 있는 사람 서넛이 시커멓게 우뚝우뚝 바깥마당으로 올라섰다.

“자, 그럼. 오늘 수고했습니다. 것도 적선이니까 앞으로 좋은 일들 많이 만나실 겁니다”

일꾼들을 데리고 산에서 돌아온 고종오빠였다. 양지는 갇힌 듯이 어둠 속에 서있었다.

“아따, 말씸만 들어도 기분이 마 억수로 좋십니더. 우리 기분이 이리 개운한디 본집이야 오죽 씨언하것십니꺼”

“하모예, 인자부터는 굿도 잘하고 나모 걱정 없이 씨언하게 잘 될깁니더”

“예,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해주신 고마움에 비하면 사례가 어떨는지 싶지만,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아, 이만하모 됐십니더. 충분합니더. 미리 요량해 주시서 더 고맙지예”

“그라모, 마 우리는 이만 가볼랍니더”

고종오빠한테서 품삯을 받은 사나이들은 동구로 나가는 길 쪽의 어둠속으로 총총 흡수되어버렸다.

그들의 우렁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던 고종오빠는 양지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돼지막이던 곳의 이엉 밑에다 조그만 꾸러미를 보관해 놓고 돌아서던 고종오빠는 그제야 구조물처럼 서 있는 양지를 발견하고는 주춤하더니 흠, 호흡을 고르며 알은 체를 했다.

“일이 좀 늦어서…”

양지는 오빠가 놓고 돌아선 꾸러미로 눈길을 주었다. 무덤 속에 남아 있던 언니의 유골을 태워 가루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여겨서 그런지 오빠의 옷에서는 노리끼한 탄내가 나는 것 같아 양지는 바람결을 비껴 몸을 조금 돌렸다.

아직도 낯익지 않아서인지 먼저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문 오빠가 담배 가루를 뱉어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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