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천재 아이를 만들고 싶다면 숲에 데리고 갑시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천재 아이를 만들고 싶다면 숲에 데리고 갑시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박재현
  • 승인 2016.09.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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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그렇게 지겹게도 오래갔던 무더위도 숨을 죽이는 계절,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다. 사람들도 기후가 쾌적하니 산으로 숲으로 가고 싶어진다. 고요한 숲에서 자아성찰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무료한 시간도 잘 보내고 아름다운 풍광도 맛보고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우리는 숲의 직접적 간접적 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숲의 효과는 다른 데 있다. 즉, 숲이나 나무와 가깝게 지낸 학생은 분별력과 판단력, 창의력이 더 뛰어나고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된다. 식물이 있는 방에 있을 때 왼쪽 뇌의 활동력이 높아지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알파파가 증가한다. 그 뿐인가. 숲에 들어 녹색을 볼 때 심리적 안정이 되는 ‘녹색효과’에 숲이 내뿜는 산소와 맑은 향, 풍경이 두뇌의 인지능력을 자극해 머리가 좋아진다. 물리학의 역사를 바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건축의 성인으로 불리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음악의 성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 등 수많은 천재들은 숲을 즐겨 찾았다. 그들이 천재가 된 것도 숲이 주는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찾아보면 ‘숲이 가깝거나 나무가 많이 심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인지능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볼 수 있다. 숲 자체가 인간의 지적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환경전염병학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공공보건과학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36개 초등학교의 7~10세 학생 25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와 등·하굣길, 집 주변에 숲이 많은 학생일수록 지적 능력도 평균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숲을 가까이 한 학생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자제력과 창의력도 뛰어나게 변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 2곳에서 한 방에는 잎이 무성한 식물을, 다른 방에는 철제 캐비닛을 들여놓은 뒤 성인 23명을 같은 시간 동안 두 방에 머물도록 한 후 뇌파를 검사한 결과, 식물이 있는 방에 있을 때 기억력과 사고력을 관장하는 왼쪽 뇌의 활동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나무와 숲이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준다는 논리는 색채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녹색이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녹색 효과는 그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각적 효과에 그치지만, 숲을 가까이 하고 있으면 효과는 훨씬 좋아진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학교에 가는 것보다 마을 뒷산에 있는 숲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더 좋아했고, 뉴턴은 어릴 때 농촌의 나무가 많이 심겨진 과수원에서 각종 과일나무와 함께 자랐다.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의 교외 숲이 무성한 곳에서 전원생활을 했다. 어릴 적 자폐증을 앓았던 가우디는 늘 홀로 숲에서 놀았고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천재성을 발휘했다.

경상남도는 국토 면적의 약 1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약 68퍼센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늘 접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좋아지고 창의력이 나아진다니 천고마비의 계절 아이들을 데리고 숲을 찾는 것도 아주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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