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정좌(半日靜坐) 반일독서(半日讀書)
박상재(봉곡초등학교장)
반일정좌(半日靜坐) 반일독서(半日讀書)
박상재(봉곡초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0.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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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재
폭염이 무릎을 꿇은 가을의 길목에서 책장을 펼치니 문득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택기둥에 쓰인 주자의 ‘반일정좌 반일독서’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하루의 절반은 고요히 앉아 내 자신과 만나고, 하루의 절반은 책속에서 옛 성현을 만난다’는 뜻이다. 근세 중국의 기재 서석린은 독서의 방법으로 삼심 양합(三心 兩合)을 이야기 한다. 삼심이란 모든 잡념을 배제하고 마음을 오롯이 모아 독서에 전념하는 전심(全心), 꼼꼼이 놓치지 않고 세밀히 보며 중요 구절이나 대목은 표시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물어 깨우치는 세심(細心), 기복 없는 꾸준한 마음 즉 항심(恒心)을 말하며, 양합이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길러야 하는 ‘독서와 수신양덕’, 우겨 넣기만 하지 말고 신체 단련을 통하여 공부로 긴장한 심신을 이완하라는 ‘독서와 신체단련’을 일컫는다. 청나라의 문장가 장조는 ‘유몽영’에서 “젊은이의 독서는 문틈으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 서서 달을 보는 것과 같으며, 장년의 독서는 누각이나 정자위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다.”라고 독서의 경지를 말한다. 마크 저크버그가 다니던 대학은 희랍원서를 10권 읽어 뛰어난 논문에는 ‘월계관’을 씌워 주었으며, 스티브 잡스의 리드대학도 100여 권의 고전을 읽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빌게이츠는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모택동도 독서하면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독서광이다. ‘삼복사온’이라고 세 번을 반복해 읽고, 네 번을 익히길 권하며, 사다 공부법을 제시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묻기를 강조했으며, 전쟁터까지 책을 가져가 하루의 독서량을 정해 놓고 읽었다고 하니 가히 중국대륙을 지배할 만한 리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독서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 달에 6.6권인데 반해 한국은 1.3권으로 성인 35%는 아예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

책을 읽으면 ‘통섭의 사유량’을 늘려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지만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파편지식’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독서가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다시 성현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개권유익’이라 책은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


박상재(봉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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