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안전지대 신화 깬 경주 5.8강진
이수기 (논설고문)
[경일시론] 안전지대 신화 깬 경주 5.8강진
이수기 (논설고문)
  • 이수기
  • 승인 2016.10.05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반도를 강타한 5.8 강진으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우리와 별 상관없는 줄 알았던 강진이 현실화됐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늘었다. 공황장애를 앓는 환자도 속출했다. 당장 양산단층대에 있는 원전에 대한 안전이 화두에 올랐다. 많은 국민들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진앙지에 가까운 곳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고층건물이 휘청거린 곳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본진 이후 440여 차례나 여진도 이어졌다. 서기 779년 신라 때 100명이 죽은 경주기록에다 처음 겪은 강진이라 곳곳에서 ‘지진 멀미’를 호소할 정도라면 단순한 대중의 공포심리로 치부할 상황은 아니다.


더 이상 ‘설마’ 안 통한 트라우마 양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경고가 나왔지만 ‘설마’ 하면서 넘겨온 것이 사실이다. 최강진으로 더 이상 ‘설마’는 통할 수 없게 됐다. 국민들의 기존 지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긴가민가했던 의구심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확신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도 피해 당사자들은 심한 충격에 빠져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양상까지 보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진원지 경주 인근의 경북·대구·부산·울산·경남까지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 같다든가, 주변 공사장의 쿵쾅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만 들어도 몸이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공포감과 정신적 충격을 치유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불안감을 더 키운 것은 국민안전 등 정부 대응이다. 국가적 재난관리의 총괄 중책을 떠안고 출범한 안전처의 홈페이지는 어김없이 먹통이 됐으니 ‘국민재난처·불안처’란 비아냥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반도에서 7.4 안팎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제기된 터에 규모 6.5를 기준으로 설계된 원전들을 방치하는 것은 대재앙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꼴이다.

경험하지 못한 강진이다 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다. 가장 기본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 공무원 조직의 지진 대응 능력이다. 재난 컨트롤타워 등 관련 공무원들이 우왕좌왕했고 통제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지진을 아는 공무원이 적다는 점이다. 일본의 강진 후 건물붕괴와 함께 큰 화재를 보면 대피훈련 등 대비책을 새로 짜야 한다. 지진에 대해 정부차원의 연구비와 보험제도가 거의 없다.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으나 유비무환이 있어야 한다.


진도 8도 견딜 수 있는 대비책 필요

내진설계가 도입된 1988년 이전 건물들이 특히 취약하다. 국내 활성단층에 대한 정밀조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언제 어디서 지진이 생길지 알지도 못하고 발생 시 대책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6.5~7.0 수준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면 지진 대비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의 내진 진척 속도로는 100년 뒤에나 완료된다는 말도 한다. 내진설계를 대폭 앞당기기 위한 예산 증액도 서둘러야 한다. 일본이 큰 건물 거래 때 내진을 따지는 점을 감안, 고층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표시부터 해야 한다. 5.8 강진으로 안전지대란 신화가 깨어진 이상 진도 8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물, 댐, 저수지, 터널, 교량, 원전 등에 내진강화가 시급하다.

 
이수기 (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