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5)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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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4 (245)

“동생 어디 있어?”

참을 수 없어진 흐느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데 집안에서 고종오빠가 부르며 나왔다.

“안에서 찾는데”

“왜요?”

부엌일이며 바깥일을 도우는 사람까지 마을의 아낙네를 놉으로 사두었기 때문에 달리 자신이 소용될 리 없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지라 양지는 안으로 불려들어 가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빠가 지키고 서있었기 때문에 트집쟁이처럼 마냥 버티고 있을 수도 없었다.

“아이고, 우리 동상, 우리 동상, 어데 갔다 인자 오노. 내 동상아, 내 동상아!”

멍석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전신을 댓가지로 어르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던 무당이 양지를 보자 한달음에 내달려오며 오열을 터뜨렸다. 기습을 당한 양지는 멍석 위 아무 데나 무당이 쓰러지는 대로 같이 주저앉았다.

“성냄이, 너그 셍이가 왔단다”

둘러앉아서 굿구경을 하던 마을 아주머니 중 누군가가 일러주었다. 무당의 구슬픈 음성은 언니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내 동상아, 내 동상아, 내는 니가 얼매나 보고 접었는지 모린다. 얼매나 세상살이 서럽더노, 세상살이 얼매나 외롭더노. 이 못난 셍이라도 있었시모 무거운 짐은 반타지고 니한테만 안맽기 놓을 낀데-. 으으으으…. 아이구, 야야 마음 고생하니라꼬 그렇나, 몸은 와이리 배싹 말랐노. 아이구 아이구, 착한 내 동상아, 어매가 아파서 올매나 마음이 아프노. 걱정마라, 걱정마라, 오매는 내가 나사주꾸마. 불쌍한 우리 옴마, 살아생전에는 애깨나 믹있는데 죽어서 생각하니 후회밖에 안되더라. 나면서 도와주고 들면서 도와줄라꼬 엔간히 애도 썼다만 마음대로 안되더라이 으으으으으…”

“그래 마음대로 안되고말고, 이망이 바뀌모 안되제 그래”

이웃 아주머니가 콧물을 훌쩍거리며 언니의 영혼에게 답하는 말을 했다. 여기저기서 혼령의 울음에 동화된 흐느낌이 들려왔다. 언니를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기에 언니의 혼령이 오게 되어있는 이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늦은 이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성남아, 내 알것나. 텃골 동자어매다. 우리 동자는 시집가서 아들 셋에 딸 하나 낳고 잘산다. 아직도 너그들 클 때 이바기 나오모 니 들미기고 그란다. 부디 착한 심성 그대로 너그 오매 좀 나사도라. 병주머이 쏙 빼다가 태평양 한바다에 풍덩 떤지삐고 인자는 이 좋은 세상에 한풀이 하고 살도록 안팎으로 잘 살피도고”

무당의 목소리에 실린 언니를 상대로 마을 아주머니들은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듣고 앉았으려니 어서 몸을 빼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위한 굿이지만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호언장담은 듣고 있기 거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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