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좋은 날일 때 사랑을 전해보자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가을 햇살 좋은 날일 때 사랑을 전해보자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 정현철
  • 승인 2016.10.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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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도종환 시인은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라고 표현했으니 참으로 좋은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는 대학원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한자 과외를 해왔는데 입사 이후로 한자를 볼 기회가 드물어 많이 잊어버리게 됐다. 다시 책을 들어 공부를 하려고 하니 작심삼일에 그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나약한 의지를 한탄하며 한자과외를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시작할 과외라면 좋은 일에 재능기부를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 ‘진주기독육아원’에 문의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 진주기독육아원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을 자립할 때까지 보호·양육하는 아동복지시설이며, 실종아동 일시보호센터이기도 하다.

매주 토요일 낮 10시부터 2시간 동안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7명이 대상인데, 그 전에 보수를 받고 과외를 했던 학습지도와는 사뭇 다름을 느낀다. 한문의 특성상 부모, 가족, 효도 등의 단어와 고사성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육아원에서는 한마디 한마디에 많이 고심하게 되며, 내심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의외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미어지기도 하며,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았는지 되뇌어 보기도 한다.

‘맹자’의 진심장구에 보면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는데,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이 두 번째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이다. 육아원 아이들은 그 첫 번째인 하늘에 달려있는 즐거움을 얻지 못한 채 태어났는데, 이를 평생 살아가면서 감내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즐거움은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지도해 국가공인 3급 한자자격증을 안겨줘 자존감도 높여주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문구처럼 내 한자공부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매번 한자공부 이외에 필자의 인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처럼 가을 햇살 좋은 날일 때 소박한 재능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함께 자원봉사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해봄이 어떨는지 생각해본다.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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