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유배문학관에서 만난 정유정 작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만난 정유정 작가
  • 김귀현
  • 승인 2016.10.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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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의 중심은 악인 아닌 악행의 근원”
▲ 정유정 작가.


남해에서 정유정 작가를 만났다. 소설 ‘28’, ‘7년의 밤’과 최근 ‘종의 기원’까지, 그녀는 신작으로 국내소설 판매고를 들썩이게 하는 인기 작가로 손꼽힌다. 정 작가는 5일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남해유배문학관을 찾은 차였다. 강연을 앞두고 먼저 경남과의 연을 물었다.

“남해 창선서 글을 썼죠. 종의 기원 쓸 적에 남해 창선 펜션서 꼬박 넉 달을 지냈어요.”

남해는 연거푸 원고 세 번을 엎었다는 ‘종의 기원’의 고향이다. 첫 번째 종의 기원은 일본 오사카에서, 두 번째는 남해 창선, 그 다음이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소설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 한유진의 자기변론서다. 보통 사람인 작가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한유진이 됐다. 집필기는 그의 잔혹함을 합리화해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었다.

이날 진행된 강연에서 그녀는 “인물에 이입하기가 어떤 작품보다 어려웠다. ‘종의 기원’은 동굴을 더듬듯 더듬대며 나아가는 여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만의 서술방식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했다.

“의도적이죠. 이유가 있어요. 소설에 두 가지 종류가 있죠.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우는 주지적 소설과 체험을 하게 하는 소설이에요. 제 소설은 후자의 경우죠. 읽음을 멈추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 작가는 읽는 이가 곰곰히 생각하는 행위를 두고 ‘위험이 도사린다’고 표현했다. 읽는 이는 인물이 있는 자리로 들어가 상황과 현장을 느껴야 한다는 게 정 작가의 지론이다.

독자들이 물었다. 왜 사이코패스여야 했을까. 왜 남해에서 쓰여졌을까.

“악인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왜 사이코패스녜요. 인류의 2~3%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은 백색과 흑색, 즉 순수 선인과 순수 악인으로 나뉘죠. 그 사이에는 우리 같은 회색 인간이 있어요. 사이코패스 테스트로 치면 30점 만점이 아니라 27~28점 언저리인 사람들도 흑색에 가까운 회색이죠. 인간 모두에게 각자의 악이 있지 않나요?”

이어 “사이코패스는 악인 중에서도 최상위다. 악의 ‘순도’로 치면 하위에 있는 샘플을 모두 모은 것”며 “나는 유진을 악인의 표상으로 내세워 인간 속의 악(惡)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답했다.

남해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를 그리고자 했고, 그 아름다움에 섬짓함을 느끼는 곳이었으면 했다. 작가는 “남해에 묵는 동안 새벽이면 횟빛 해무가 방까지 밀려들었다”며 “글 쓰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고 웃었다.

정유정의 책을 읽은 이들의 관심사는 다음 작품. 그녀는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뤄 왔다”며 “내 소설의 방점은 악인이 아닌 악행의 이유다. 무섭고 어두운 이야기,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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