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만 22명을 배출해낸 일본의 저력에 고개 숙여진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가장 먼 나라인 일본이 이렇게 과학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책에선가 본적 있는 ‘외골수’ 정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과학자 자신의 집념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정부차원의 장기적인 지원과 국민적 믿음이 하나 둘 결실을 보고 있다고 여겨진다.
기초과학은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실용과학(응용과학)의 열쇠가 된다. 튼튼한 주춧돌이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기초과학이 탄탄하면 과학뿐만 아니라 공학에까지도 무한한 가능성의 길을 열 수가 있다. 일본의 이런 기초과학분야 투자는 미래를 준비하는 진정한 포석이었다는 점에 한편으로 경의를 표한다. 파행을 거듭하던 국감이 지난주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쓴 입맛을 다셨다. ‘농촌진흥청의 연구비 예산 2조2000억, 기술료 수입은 100억’ 언뜻 보기에는 완전히 밑진 장사(?)를 한 것에 대해 지적해 낸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정부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이다.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민간 기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흔히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을 생산하는 벼 신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아도 7년,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어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과학이고, 특히 농업은 작물 생육주기가 정해져 있어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매년 하반기가 되면 다음해 예산을 따기 위해 전 공무원의 신경이 곤두선다. 예산요구자료를 만들 때 가장 가치 있는 내용이 성과다. 투입예산에 비해 더 많은 성과를 낸 사업인 경우 다음해 반영 가능성이 더욱 높다. 농업 분야 연구기관은 여기서 벽에 부딪힌다. 1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이든 응용과학이든 연구를 한다는 것은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야 하고, 그 과정들이 쌓여 위대한 발견도 하고, 우수한 품종을 만들어내고, 농기계가 개발되고, 더 나아가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게 될 것이다. 모든 일에 ‘빨리 빨리’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한편에서는 이런 문화가 초고속 인터넷과 IT분야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3년 연속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를 배출해낸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 발전과 미래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고, 또 도움이 될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김웅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미디어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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