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청국장’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청국장’
  • 김지원·박현영
  • 승인 2016.10.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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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된장 사이, 은근한 발효의 맛
▲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청국장을 언급한 장면.

“또 뭘 이렇게 갖고 오셨어요”
“이거 청국장 말린건데 방지총각 짐에다 넣어줘. 이거 먹으면 배탈도 안나고 그렇게 든든하대”

올 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46회에 나온 장면이다. 요동정벌을 위해 남정네들이 출병을 앞두게 되자, 무휼의 할머니 묘산이 분이를 찾아와 작은 꾸러미를 전하며 한 말이다. 
꾸러미 속에 든 것은 바로 청국장. 오늘은 청국장 이야기를 해보자.

청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된장의 일종이다. 청국장이라고 하면 특유의 향을 먼저 떠올리고 손사래를 젓는 경우도 있지만 구수하고 깊은 맛에 한번 빠지면 단번에 청국장 애호가로 돌변한다. 청국장은 조선 중기의 산림경제(山林經濟)와 중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처음 ‘전국장’(戰國醬)이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서는 청육장(淸肉醬) 으로 부르는 등 조금씩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청국장은 두장류의 초기적 형태인 시(:메주라는 뜻의 한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의 식량으로 쓰이던 장이 유입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청국장은 장을 만들때와 달리 하루이틀만에 띄워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전쟁터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속성음식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콩을 주원료로 하는 청국장은 발효음식으로 소화도 쉽고 탈이 잘 나지 않는 음식이다. 출병을 앞둔 이방지에게 청국장을 싸주라며 챙겨온 무휼 할머니의 마음도 전쟁에 나가는 젊은이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었을거다.

 
▲ 아랫목에 보온해둔 청국장. 발효가 한창 진행중이다.


집집마다 장 담그기가 한해 대사였던 과거에 비해서 요즘은 가정에서 장을 담그는 집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당 넓은 집에서 살던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옮겨지고 다가구 주택 등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살면서 전통음식은 장만하는 일부터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일이 되고 있다.

청국장을 만드는 일은 콩을 삶아 아랫목에 묻어 띄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하루 이틀을 기다려야 하는 숙성의 미학은 ‘빨리빨리 세상’에 밀려나고, 청국장은 어느듯 사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애석하게도 사먹는 청국장찌개는 특유의 향이 강한 발효가 많이 된 청국장으로 끓이기 일쑤이다. 더 많은 자극을 원하는 손님들의 기억에 남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 향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그 향에 질색하는 사람도 있는 청국장. 현숙씨네 현원당에서 그 둘 사이를 적절히 달래주는 부드러운 청국장 찌개를 맛보았다.

마당 넓은 현원당의 별채는 원래 황토방으로 지었다. 뜨끈한 아랫목은 숙성이 필요한 전통음식에게 안성맞춤인 발효창고이다.

청국장을 만들려면 10시간 이상 물에 불린 메주콩을 푹 끓여 삶은 다음 소쿠리나 나무상자가 같은 넓은 그릇에 담아 40~45℃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서 이불 등과 같은 천으로 덮어 보온해두면 된다. 삶은 콩과 함께 발효를 도와주는 바실러스균이 많이 들어 있는 짚을 몇가닥 함께 깔아주면 쉽게 청국장을 띄울 수 있다.

한마디로 콩을 삶아서 짚을 몇가닥 넣어 아랫목에 하룻밤 재워두면 되는 일이다. 발효가 잘 되었는지는 콩을 손가락으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콩의 표면이 미끌거리며 콩 사이에 일본의 낫또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진득한 실타래 같은 끈기가 생겼으면 발효가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의 낫토도 청국장과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푹 삶은 콩을 면포에 싸서 발효균을 넣고 40℃의 온도로 유지해 발효해내는 것이다. 이후에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키는데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하기로 결정된 일본영화 리틀포레스트에는 삶은 콩을 짚으로 꽁꽁 싸서 눈 속에 묻어두는 장면이 나온다. 멍석을 깔고 짚으로 덮어 눈 속에 파묻은 콩은 온도가 유지되면서 서서히 낫토로 발효된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눈을 파고 낫토를 묻은 짚타래를 찾아오는 장면을 통해 전통음식을 다음세대로 이어주는 설정이 그럴듯한 영화였다는 기억이 난다.

현숙씨네 사랑방에서 하루 반나절을 익힌 청국장은 너무 진한 향을 풍기지 않아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먹기가 편하다. 진득한 실타래가 늘어지면서도 콩알이 씹히는 맛도 남아있다. 청국장 찌개를 끓이는 일은 흔한 된장찌개 끓이듯이 하면 된다. 집집마다 기호에 맛는 부재료들을 넣고 된장을 풀고 한소끔 끓인 다음 청국장은 마지막에 넣는다.

 
▲ 청국장 찌개에 들어갈 재료들. 소고기로 국물맛을 내고 버섯과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현숙씨의 청국장찌개를 따라가 보자. [동영상보기]

1.냄비에 들기름과 참기름을 넣고 달군다.
2.마늘, 양파, 고추를 넣어 기름에 향을 더한다.
3.청주와 매실액기스로 밑간 해둔 소고기 양지나 사태를 넣고 볶는다.
4.고기를 살짝 볶은 상태에서 팔방미인 육수를 부어 끓인다.
5.여기에 준비한 버섯, 부추 등 채소를 넣고 된장을 넣는다. (4인기준에 한숟가락 반정도)
6.고춧가루를 한숟가락 정도 넣고(기호에 따라 조절한다.)
7.청양고추를 기호에 따라 썰어 넣는다.
8.한소끔 끓고 난면 청국장을 넣어 짧게 끓여준다.

청국장은 발효가 일어나면서 비타민B군이 다수 만들어진다. 몸 속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영양분의 분해를 돕는 효능으로 비만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다. 청국장 속의 레시틴과 사포닌도 과도한 지방을 흡수해 배출을 도와준다. 생청국장은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혈전을 예방할 수 있어 뇌졸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혈전 분해 성분은 끓이면 파괴되는 성분이라 찌개로 먹는 경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외에도 청국장은 항암식품으로 주목받고 있고, 혈압강하, 인슐린 분비에도 효과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청국장 속의 레시틴은 몸 속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해독음식으로 효과도 돋보인다.

 
▲ 가볍게 발효된 청국장을 이용해 슴슴하게 끓인 청국장찌개


가볍게 발효해 부담스럽지 않은 청국장을 이용한 청국장찌개는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로 칼칼한 맛을 더해준다. 따뜻한 밥에 청국장찌개, 깍두기나 잘익은 파김치 한 그릇이면 든든한 한끼 식사가 마련된다. 청국장 메인요리 하나에 가벼운 밑반찬으로도 근사한 한식밥상을 차릴 수 있다. 청국장찌개는 항암이나, 비만 억제 등 건강을 챙겨주는 다양한 효능도 인정받고 있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건강한 밥상이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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