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4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49)
  • 경남일보
  • 승인 2016.10.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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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49)

인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좀도둑을 잡는다고 번갈아서 야경을 돌기도 했고, 동네 아줌마들이 불을 끈 방에 둘러앉아 두꺼비가 들어 있는 요강에다 손을 담그는 양밥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도 같이 그림자 없는 도둑을 욕하며 실눈을 뜨고 누군가의 행동을 살피기도 하면서 양밥에 참여를 했다.

망연자실한 어머니 옆에서 아버지의 무자비한 회초리질은 다시 언니의 하얀 피부 속으로 감겨들었다.

“이년아, 이년아, 니가 이럴 줄 참말로 몰랐다”

이번에는 하도 어이없어진 엄마까지 달려들어서 닦달한 뒤여서 거의 맨몸이나 다름없이 언니의 옷이며 머릿결은 뜯기고 헝클어져 있었다. 그러나 언니는 마치 그러기를 기대하고나 있었던 것처럼 태연히 부끄러움도 없이, 아주 당연히 할 짓을 한 것처럼 악다구니를 했다.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른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말로 팔매질 하듯이 쏘아댔다.

“이 인간들아, 이 짓도 안 되모 산사람 꼼짝도 몬하게 가둬 놓고 내가 뭘 할 끼고. 대체 뭘하란 말이고. 이름만 아부지고 힘만 쪼끔 세모 다가? 아부지가 아부지 값을 해야 아부지 아이가. 어른이라 카는 것들은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앞을 막고 맨 안 되는 것뿐인데 대체 내 보고 뭘 하고 살란 말이고”

기승한 소리를 지르며 발발 떨던 언니는 남아 있던 옷가지를 스스로 활활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펄떡펄떡 뛰다 못해 파랗게 질린 얼굴로 거품을 내며 뒤로 휘딱 넘어가 버렸다. 죽여 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듯이 언니를 닦달하던 아버지 역시

“아이고 저 망종, 저 원수로 우짜꼬”

기가 막힌 듯이 벽을 훑으며 주저앉아 버렸다.

다시 심각한 내분이 일어났다. 어머니는 물건 임자들 찾아서 용서를 빌고 주인들께 돌려주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반대였다. 죽상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딸들을 보고 부릅뜬 눈을 흘기면서 엄포를 놓았다.

“네 이년들 집에서 보고 들은 것 한 마디라도 밖에 나가서 했다가는 가만 안 둘낀께 그리 알아라”

“냄이 아부지. 그라모 안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도 유만부동이제, 산천이 알고 천지가 아는디 우찌 감차 지것소”

어머니는 그 물건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았다. 가난한 시골 살림에는 한 몫을 할 소중한 물건들인데 당연히 주인들의 손으로 돌아가서 금어치를 회복해야 될 것들이다.

“야이 이 천치 등신아. 그래놓고 니나 내나 사람들 앞에 낯을 들고 우찌 살 끼고. 말이 되는 소리로 해라”

“그렇지만도 …”

“그렇지만 이고 저렇지만 이고 주딩이 딱 다물고 있어라. 딸자슥 잘 교육시키 놨다꼬 철판 씌고 돌아 댕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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