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은어 자체보다 지나친 사용에 초점 맞추자
양청 (경상대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은어 자체보다 지나친 사용에 초점 맞추자
양청 (경상대학보사 편집국장)
  • 양청
  • 승인 2016.10.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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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글날 무렵이면 ‘우리말’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평소보다 더욱 높아진다. 인터넷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국문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소소한 이슈거리가 되며, 뜻이 아름다운 순우리말에 관한 콘텐츠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한글날은 그동안 우리말을 얼마나 올바르게 사용해 왔는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날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다른 국경일에 비해 한글날을 거창하게 맞아들이지는 않지만, 이날을 통해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리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리말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환영해야 마땅하지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말이 있다. 그 명칭에서부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은어(隱語)’에 관한 것이다. 은어는 보통 ‘특수한 집단이나 계층에서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들끼리 쓰는 말’을 뜻한다. 그렇기에 특정집단의 비밀스러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은어를 사용하는 집단끼리만 뜻을 공유해야 되기 때문에 갈수록 그 의미가 모호하고 불분명해 보일지도 모른다. 또한 ‘○○충’, ‘극혐’ 등 비속어가 섞여 만들어진 말이나 유행하는 단어를 우격다짐으로 줄여 넣은 말은 불쾌함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이와는 달리 ‘인구론’, ‘5포세대’, ‘흙턴’ 등 취업을 빗댄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이것 모두를 한글 파괴라고 정의내리기 전에, 이러한 말이 만들어진 까닭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대가 바뀌면 말도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그렇기에 은어가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는 과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은어는 사회적 변화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하며, 특정집단이나 계층의 말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물론 은어를 마냥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비판해야 할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은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보다 은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에 비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저속한 표현으로만 치부해버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자. 나와는 다른 세대와 집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확실한 매개체가 돼 줄 것이다.
 
양청 (경상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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