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예비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경일시론] 예비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최정혜
  • 승인 2016.10.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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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적인 언론이나 교육기관, 지자체들에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부모에 의한 아동 살해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경각심은 물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되겠다. 얼마 전 6세 유아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한 입양부모 사건에 대한 경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20대 부부가 생후 2개월 된 딸아이를 굶겨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사건의 경위를 보면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계는 인천에서 생후 66일 된 딸을 학대해 ‘기아사’시킨 아버지 A씨(25)와 어머니 B씨(20)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부모는 영아가 숨지자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급대가 비정상적으로 왜소한 죽은 딸의 상태를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죽은 영아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이의 위장과 소장 등에서 음식물 섭취 흔적이 없고, 피하지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봐서 ‘기아사’로 추정된다”고 1차 소견을 내놓은 상태이다. 경찰의 추궁에 부모는 “정상적으로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고”고 진술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몇 가지 측면을 시사 받을 수 있다. 첫째는 부모의 연령과 관련된 부모의 역할 및 자세이다. 이제 25살 난 아버지와 20살 된 어머니가 어떻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측면이다. 죽은 아이의 위로 21개월 된 오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의 어머니는 10대 후반에 부모가 돼 아이를 돌보는 역할에 미숙했던 것 같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부모가 돼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감당이 안됐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아빠는 엄마 나이보다는 많지만 그래도 오늘날 남자의 평균 결혼연령이 32~34세임을 감안하면, 준비 안 된 20대 부모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직업까지 없다고 하니 어떻게 아이를 양육하며 부모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있었겠는가. 부모로서 어떤 어려운 상황도 대처해낼 수 있는 성숙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기에는 터무니없이 어린 연령이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부모가 되려면 어려움을 감내해낼 수 있는 성숙 연령이 된 다음에 부모가 돼야 할 것이다.

둘째는 생명에 대한 가치관 문제이다. 비록 이들 부부가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이 있었다면 이렇게 무참하게 자신들의 영아를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녀를 소유의식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생명존중 의식과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존중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굶어죽이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녀는 소유 의식 이전에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잘 키워야 하는 사회적 사명감을 가져야 하겠다.

셋째는 예비 부모교육에 대한 필요성이다. 부모교육이란 일반적으로 이미 부모가 된 사람을 주요대상으로 삼지만, 예비 부모교육은 장차 결혼과 부모됨을 전제로 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즉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됨의 중요성을 비롯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이나 배우자와의 만남, 선택, 결혼에 이르는 과정,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자녀계획,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과정, 올바른 태교법, 인간발달에 대한 특성 이해 등으로 전반적인 부모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위의 사건을 만든 부부도 20대 초반의 어린 부모로서 결혼 전에 예비 부모교육을 받았더라면 이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돼 예비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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