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자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가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자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 정현철
  • 승인 2016.10.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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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얼마 전 회사에 대학원 지도교수께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청렴’이란 주제로 초청특강을 했는데,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일러주셨던 귀한 말씀을 세월이 지나 자리가 바뀐 곳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청렴은 곧 욕심을 얼마나 절제하느냐의 문제인데 항상 경계하며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어떻게 하면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대학원 시절, 영남학맥 수업의 일부로 덕천서원에서 본인이 암송했던 한문을 여러 어르신들 앞에서 성독(聲讀)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한 달 전부터 수차례 연습했는데, 당시 교수께서 준비해보라고 권하신 것이 남명 선생이 퇴계 선생에게 드리는 편지글인 ‘여퇴계서(與退溪書)’였다. 아직도 그 핵심적인 한 문장을 잊을 수가 없는데,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요즘 공부하는 자들을 보건대, 손으로 물 뿌리고 비질하는 절도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리(天理)를 담론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남들을 속이려 하고 있습니다.’


1564년 가을에 당시 조선의 학문하는 자들을 우려해 퇴계에게 편지를 보내어 제자를 가르칠 때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쓴 글인데, 교수님이 필자에게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마음에 새겨주시고자 하는 뜻에서 당시 성독을 핑계 삼아 암송을 시키신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느 책에서 ‘정치가는 다 망해갈 때도 최상이라고 말하지만, 학자는 가장 좋은 시절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란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남명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시세의 흐름을 읽어내는 학자의 자세를 지닌 조선의 대표적인 처사였음을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2016년 가을 이런저런 사건들로 정치가 시끌벅적하다. 정치인을 비롯 학문하는 사람들도 지금 ‘오늘도 물 뿌리고 비로 쓸어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는 생활과 웃어른에 대한 예절 등 기본적인 도리를 잘 지켰는지, 입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천리를 말하며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는지’ 옛 성현의 깊은 뜻이 담긴 글을 되뇌어보며 함께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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