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남다른 ‘끼’를 소개합니다
우리 아이의 남다른 ‘끼’를 소개합니다
  • 김송이
  • 승인 2016.10.1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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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로보컵 GenⅡ 부문 준우승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
올해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확대·운영되고 있다. 중학생은 이 제도를 통해 한 학기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의 기회를 얻는다. 고등학생 또한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대학이 수능 점수보다 학생의 교내 활동 내용에 관심을 두면서 이른바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관리를 위해 내신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과 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아는’ 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지역에도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찾아 다양한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많다. 이에 본지는 107주년 창간을 맞아 남다른 끼를 자랑하는 경남 지역의 우리 아이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진주레고팀 소속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왼쪽부터 박재현, 박성혁, 박성국)이 서로의 로봇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로봇에 정신 팔린 사이 꿈과 진로 모두 정해졌죠”

지난달 신문사에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 초 대구에서 열린 한국 로보컵 오픈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호주 국제 로보컵 대회’에 참가했던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이 한국팀 중 유일하게 입상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진주레고센터 소속 박재현(진주 동명고 2학년), 박성혁(진주 명신고 1학년), 박수민(진주남중 3학년), 박성국(진주 대아중 2학년)이 한 팀을 이뤄 축구 GenⅡ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로봇 천재들과 맞붙어 당당히 2위를 하고 돌아온 기특한 소년들(박수민군은 개인사정으로 인터뷰 불참)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진주시 평거동 레고센터를 찾았다.

“학교 친구들이 신기해해요.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고요”

축하 인사를 건하며 세계 대회 준우승 소감을 묻자 팀의 맏형 박재현군이 멋쩍게 대답했다.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도 매우 기뻐하셨고 본인 역시 뿌듯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세계 대회 출전은 처음이라 무척 떨리기도 했지만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성혁, 성국 형제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지난 9일, 재현군은 막 중간고사를 마친 상태였다. 성혁, 성국군은 곧 시험이 시작된다고 했다. 시험은 잘 보았는지 또 시험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곧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이 풀이 죽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도,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 시험과 대회가 겹치면 아무래도 공부에 소흘하게 돼요. 대회 준비에 몰입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때가 많거든요”라고 입을 모았다.

재현군은 “저는 특히 내년에 고3이 되다보니 이번 호주 대회에는 빠질 생각이었어요. 동생들 대회 준비를 돕는 정도로 참여했던 건데 어느 순간 호주 대회장에 가 있더라고요(웃음)”라며 “그런데 부모님이 로봇에 열중하는 것에 대해 크게 나무라시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는 저를 믿고 지원해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성혁, 성국군 역시 재현군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의 권유로 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던 터라 1년 여 간 쉬었던 적을 빼고는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부모님의 지원 아래 로봇에 빠져있는 중이라고 했다. 로봇이 왜 좋으냐, 물었다. 소년들은 이구동성으로 “머릿속 아이디어가 로봇이라는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레고라고 하면 장난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저희가 만드는 로봇은 겉 부품을 레고로 사용할 뿐이에요. 안에는 컴퓨터 축소판이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돼요. 대회에서 로봇이 어떤 변수에 어떤 움직임으로 대응할지 등을 미리 짜는 프로그래밍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의 맏형 박재현(진주 동명고 2학년)군, 명신고 1학년 박성혁군. 막내 박성국(진주 대아중 2학년)군.(왼쪽부터)



그럼에도 로봇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이점이 많다는 재현군은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돼요. 또 스스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더라구요”라며 의외의 말을 꺼냈다. 공부와 로봇 만지는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공부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로봇도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대학에 가면 로봇공학을 전공해서 좀 더 큰 로봇들을 다뤄보고 싶어요. 의료로봇 같은 거요.

재현군의 대답을 듣던 성혁군도 “로봇을 만지다보니 우리나라 IT 기술이 어디까지 발달 됐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해졌다”며 “메카트로닉스 학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로봇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또 그를 위해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기특한 대답이었다. 재현군은 한 달에 두 번 진주 관봉초등학교에 나가 재능기부 봉사활동도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에게 교구를 이용해 로봇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함께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선생님이라고 하면 거창하고요. 대신 혼자 로봇을 만드는 일이랑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다르다는 걸 배웠어요. 수업하면서 저 역시 한 번 더 로봇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재현군의 봉사활동은 성혁, 성국 형제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듯 했다. 이들 역시 내년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그저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좋아 시작한 레고가 로봇으로 바뀌는 동안 소년들의 진로와 미래 역시 자연스레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교구가 비싸긴 해요. 저희 역시 부모님이 지원해주시지 않았다면 대회 출전도 힘들었을 거예요. 또 교구뿐 아니라 대회에 나가는 것도 모두 사비를 들여야 하니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라며 로봇분야에 대한 어른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 대회에 함께 나가기로 돼 있던 다른 지역 친구가 비행기 표 값을 부담할 수 없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 해볼 만해요. 손재주가 있는 친구라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어른 만큼이나 많은 또래 친구 역시 로봇에 관심을 갖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은 “앞으로도 로봇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여러 대회에 도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송이·사진=임효선기자



지난달 호주 시드니 UNSW에서 열린 2016 로보컵주니어 호주 국제 대회에서 로봇을 작동중인 유나이티드 진주 로봇클럽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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