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국정감사제도 전면 개선되어야 한다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정치학)
[경일시론] 국정감사제도 전면 개선되어야 한다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정치학)
  • 김용철
  • 승인 2016.10.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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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종료됐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서 매우 성적이 나쁜 국정감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지난달 26일부터 20일 동안 전국 6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국정감사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 발언과 연이어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과 국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처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되는 19대 국회 국정감사 행태보다 더 최악의 국정감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주된 원인은 국정감사가 국정운영과 정책에 대한 감사여야 하는데 정치를 위한 집권욕 감사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국감과정에서 야당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에 대한 정치공세와 백남기 농민 사망 의혹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아수라장의 연속이었다. 아직 대선이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여·야는 조기에 승기를 선점하려 하는 다급한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정감사는 오래전부터 국가정책보다는 상대 정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돼온 지 오래됐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 의회민주주의 국가에는 우리와 같은 국정감사 제도는 없다. 일부 행정부의 집행내용에 대한 국정조사만 있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국감제도는 세계적으로 입법례가 없는 유일한 제도이다.

국정감사는 대정부 통제를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국회와 행정부 간의 권력균형 관계를 정립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정감사제도는 감사적용 범위가 제한이 없는 관계로 모든 국가정책과 사회이슈에 대해 호통과 폭로, 정치적 공격을 통한 자신 또는 자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제도로 변질됐고, 이미 그 존재의 이유와 방향성을 잃었다. 국정감사 해당기관을 과도하게 선정하고 정치적 판단에 따른 무분별한 증인채택이 난무하고 이러한 증인 역시 불출석과 위증 등으로 국정감사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이제까지 국정감사는 국민적 의혹을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의혹만 부풀리게 돼 국정혼란과 여·야 갈등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국정감사 현장에서의 일부 의원들은 증인의 질의에 대한 의견과 배치되는 답변을 하는 경우 고함치고, 윽박지르고, 협박해 동의를 이끌어내는 듯한 행태는 사뭇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 민생국감과 정책국감은 사라지고 이러한 인신공격과 일회성 폭로, 흑백선전 등으로 어떻게 선진의회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을지 너무나 의아스럽다. 이제 국민과 시민단체, 전문가단체의 여론과 지지를 통해 이러한 국정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나아가야 한다.

첫째, 국정감사 대상기관에 대한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행정기관에 대해서 감사가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무질서한 국정감사가 질서 있는 감사로 체계가 잡힐 수 있다. 둘째, 증인출석은 의무화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위증하는 경우 종래의 관대한 벌금 위주의 경고성 처벌보다 미국의회의 의회모독죄에 해당하는 엄격한 법정형 처벌이 요구된다.

셋째, 국감장에서 비윤리적·비도덕적 행위를 반복적으로 주도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윤리위 제소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이제 국정감사는 매번 반복되는 정치감사에 의한 정치공세를 지양하고 한건 폭로로 얼룩지는 현 상황을 바로잡아 생산적인 정책국감으로 나아갈 때 선진 의회민주주의도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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