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이 시작됐다.
들판에 누렇게 익은 곡식을 콤바인이 시원하게 수확하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농업에 종사하거나,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풍년이 들어도 좋아할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4년 연속 대풍을 기록하면서 쌀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밖에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쌀값하락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지난 1998년 우리나라 전체 벼 재배면적은 105만8900여ha이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도 벼 재배 면적은 77만7800여ha라고 한다. 그때와 비교하면 36%가 준 셈이다. 이에 따른 쌀 생산량은 98년 509만7000t에서 올해 408만7000t으로 약 24%만 줄었다. 더욱이 눈이 가는 대목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변화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상품, 특히 식품개발은 이웃 일본에서도 최근 핫(hot)한 사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간편식, 건강식 관련 상품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이런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밥에서부터 건강식품, 간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간다면, 꼬여 있던 쌀 소비촉진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는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다. 빼빼로 데이가 아닌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만들어 먹는 날로 정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홍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제과회사에서 11월 11일을 전국민이 빼빼로 데이로 기억하게 한 마케팅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게 하려면 달려야 하는 것처럼 목표 달성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김웅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미디어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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