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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보물섬, 증도의 모실길빗속에 섬 한바퀴 '느리게 스며들기'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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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4  2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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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

 

◇보물섬, 증도에 숨은 보물

신안군 증도에 있는 모실길은 2012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설문조사한 ‘한국인이 꼭 가보고 싶은 국내관광지 100선’ 중, 2위로 뽑혔던 곳이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완도군 청산도와 함께 슬로시티로 지정받은 증도는 자동차 없는 섬, 금연의 섬, 자전거의 섬, 캄캄한 섬(Dark sky), 친환경 농업의 섬으로 만들어 현대 물질문명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섬으로 만들어 가고자 했다. 아쉽게도 2010년 연륙교가 세워지면서 자동차 없는 섬은 무산이 되었다.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 40여명과 함께 떠난 증도의 모실길 힐링여행, 진주에서 출발해서 3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증도는 짓궂은 가을비가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쨍쨍한 볕살 아래 걷는 것보다는 가볍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훨씬 운치가 있었다. 이를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것 같다. 증도 섬을 한 바퀴 도는 모실길은 1코스인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 2코스인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의 길’, 3코스인 ‘천년의 숲길’, 4코스인 ‘갯벌공원의 길’), 5코스인 ‘천일염 길’ 등 5개 구간 총 42.7㎞로 조성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3코스인 해송숲길로 된 ‘천년의 숲길’과 5코스인 소금박물관과 태평염전을 직접 탐방하는 ‘천일염 길’ 일부를 걷기로 했다.

섬 안에 든 물이 귀하고 적어서 시루섬, 즉 증도(甑島, 지금은 曾島로 표기함)라고 한다. 섬에 닿고 보니 왜 시루섬이라고 했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섬은 거의 세모래 땅이었다. 그러니 물이 고여 있을 리가 없다. 시루의 밑바닥엔 구멍들이 나 있어 물을 담으면 모두 새어나가 버리고 남아있질 않는다. 그러한 시루의 특징을 닮았다고 해서 이 섬을 시루(시리)섬이라고 부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안군에 섬이 증도를 포함해 1004개나 된다고 해서 천사의 섬이라고 부르고, 1976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와 본격적으로 인양을 했는데 송·원대 유물 2만 3000점을 건져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증도에 있는 갯벌이 유네스코 생물권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갯벌의 섬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의 염전인 4628㎡(140만 평)이나 되는 태평염전이 있는 증도는 소금의 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증도, 송·원대의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보물섬이 아니라 소금과 갯벌,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고 있기에 보물섬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 140만평 국내 최대의 태평염전의 모습.



◇철학과 망각을 가르쳐 주는 해송 숲길

보물섬,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와 같은 보물만 증도 앞바다에 묻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필자는 증도의 보물을 ‘자연 그대로’에서 찾고 싶다. 맨 먼저 찾은 보물은 ‘해송 숲길’이다. 갯벌생태공원에서 출발한 탐방객들은 곧 바로 모랫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솔숲으로 들어섰다. 우산을 쓰고 세모래 땅 위로 난 소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긴 행렬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고 장관이었다. 가을비 역시 이날만큼은 늦더위를 식혀주는 보물이 된 셈이다. 우전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송 숲길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아 ‘한반도 해송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숲길을 10여 분 정도 걸어가니, ‘철학의 길’ 이라고 쓴 표지문이 서 있었다. 다시 20여 분을 더 걸어가니 ‘망각의 길’ 표지문이 나왔다. 얼핏 보면 두 길이 비슷한 것 같아도 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학의 길은 사색하기 좋게끔 소나무 숲길로 나 있었고, 망각의 길은 소나무 숲과 더불어 해변의 모래톱을 끼고 나 있었다. 그렇다. 길의 시작은 온갖 생각들과 더불어 걷다가 그 생각들 중에서 버려야할 것은 망망대해로 떠나는 썰물에 실어 보내면서 숲길의 마무리를 짓게 하는 것 같아 탐방객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필자 역시 잡념과 함께 출발했지만, 어느 새 오붓한 숲길과 드넓은 바다에 취해 묵은 생각들이 사라지고 자연과 한 몸이 된 느낌이 들었다.

 

   
▲ 갯벌 위에 세워놓은 짱뚱어다리.


숲길 중간중간에 시비들을 세워놓은 것도 매우 이채로웠다. 횃불 모양으로 된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 시비와 곽재구 시인의 ‘정장포 아리랑’ 시비, 역동적인 태양의 문양을 새겨놓은 이해인 수녀의 ‘바다일기’ 시비, 고래의 몸통 모양을 한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 시비, 그리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새겨놓은 시비 등이 길섶에서 다소곳이 서 있었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바다로 내려간/소금인형’과 ‘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시간’이란 시구를 떠올리며 한참 동안 사색에 잠기면서 천천히 해송 숲길을 걸었다. 왜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숲길을 걸으면서 사색과 함께 오래 묵은 아픔들을 길섶 바다에다 퍼다 버리게 하는 모실길, 일상의 시간표대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정해준 시간표대로 밀물과 썰물에 맞춰 생활하는 섬 주민들의 삶을 통해 건강과 여유, 힐링을 찾아주는 슬로시티로서의 증도. 지금은 연륙교가 건설되어 스쳐지나가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찍어주는 길과 그 시간표대로 섬이 움직이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까웠다.

증도에서는 비도 느리게 내렸다. 해송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증도의 명물인 ‘짱뚱어다리’가 있었다. 470m 길이의 이 다리는 짱뚱어가 매우 많이 살고 있는 갯벌 위로 나무다리의 교각을 짱뚱어가 뛰어가는 형상으로 만들어서 ‘짱뚱어 다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자 갯벌을 지배하고 있는 농게들 틈으로 짱뚱어들이 농게들의 눈치를 보면서 기어다니고 있었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이 갯벌이 정녕 증도의 보배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해송숲길로 되돌아왔다.

◇또 다른 보물, 하얀 금을 만드는 염전

해송 숲길 힐링 걷기를 마친 뒤, 증도의 또 다른 보물인 ‘소금’을 만드는 태평염전으로 갔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태평염전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아득했다. 태평 염전 옆에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이 깔끔한 모습으로 반긴다. 비 때문에 염전에는 고무래와 수차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점이 못내 아쉬웠다. 갯벌 습지에 조성한 염생식물원에는 함초와 나문재, 칠면초, 삘기 등 70여종의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있는 모습 또한 무척 이채로웠다. 천년 해송숲길, 짱뚱어가 온몸으로 밭을 일구는 갯벌, 세상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은 정녕 하얗게 메말라가는 소금, 이 모두가 증도를 보물로 만드는 존재들이다. 증도에 닿아본 사람, 증도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모두 보물이다. 자신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는데서 진정한 힐링은 시작된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해송공원 숲속에 나 있는 철학의 길
해송공원 숲속에 나 있는 철학의 길.
이해인 수녀의 ‘바다일기’를 새겨놓은 시비
이해인 수녀의 ‘바다일기’를 새겨놓은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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