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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8> 전남 구례 이야기산수유로 봄을 여는 작은 동네 가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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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5  2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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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시목
 
   
▲ 산수유


지리산의 서쪽 자락에 자리한 구례는 그렇게 넓지 않은 조그마한 고을임에도 볼거리 먹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노고단 피아골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단풍과 명산 지리산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고, 산수유시목이 있는 산동면 일대는 매년 봄이면 산수유 축제를 성대하게 펼치는 국내 최대 산수유 마을로 통한다. 화엄사를 비롯 천은사 등의 크고 작은 사찰의 영향으로 사찰음식과 산채를 이용한 음식이 많이 발달돼 있고, 일찍이 밀농사에 관심을 쏟아온 덕분에 우리밀 명품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섬진강의 은빛 모래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남도대교와 화개장터를 지나 피아골로 달린다. 피아골은 구례군 토지면의 연곡사에서 반야봉(1751m)에 이르는 계곡으로 길이 약 20km에 달하고, 맑고 풍부한 물이 임걸령 불무장 등을 누비며 피아골 삼거리를 거쳐 연곡사를 지나 섬진강으로 빠져든다. 옛날 이 일대에는 피밭이 많아 피아골이라고 했다는데, 임진왜란과 한말 격동기의 여순반란사건, 한국전쟁 등의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어 계곡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하여 피아골이라고도 한단다.

피아골 단풍과 연곡사의 국화에 빠졌든 마음을 되찾아 오른쪽으로 남도 이순신 백의종군로를 바라보며 남한의 3대 길지라고 하는 운조루로 향한다. 운조루는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아흔아홉 칸의 고택인데, 낙안부사를 지낸 안동출신의 유이주가 지은 집으로 사랑채를 비롯한 건물 대부분이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돼 있다.


 

   
▲ 운조루
   
▲ 야생화학습원


1400평의 대지에 건평 273평인 운조루 문중 문서에 의하면 883마지기의 농토를 소유하고 있어 그 많은 농사를 짓기 위하여 200~400여 명의 노동력이 필요했다는데, 지금은 그 옛날의 위세는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저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 안고 점심식사를 위하여 백련산방을 찾았다.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통하는 백련산방은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가 망설일 필요도 없이 연잎밥을 달라고 하면 된다. 딱 한 가지 메뉴인 연잎밥정식을 사장님이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음식은 49개의 예쁜 접시에 담긴 찬을 기본으로 하는 상차림과 조각이불에 수놓은 것 같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입으로 먹는 연잎밥이지만 그 맛 못지않게 보는 눈도 즐겁다.

하나하나의 깊은 맛을 흠뻑 취하고 흡족한 기분으로 화엄사에 잠시 들렸다. 2009년 사적 제505호로 지정된 화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로 창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은 전하지 않으나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연기라는 승려가 세웠다고 전한다. 신라 문무왕 17년에 의상대사가 화엄10찰을 불법 전파의 도량으로 삼으면서 화엄사를 중수했고, 장육전을 짓고 그 벽에 화엄경을 돌에 새긴 석경을 둘러 비로소 화엄경 전래의 모태를 이뤘다고 한다.

 
   
▲ 화엄사


화엄사에서 연기암 청계암 금정암을 둘러보는 치유의 숲길을 잠시 걷고 구례 5일장을 찾았다. 구례 5일장은 3일과 8일에 서는 장으로 예로부터 화개장터와 함께 영ㆍ호남 장꾼들이 만나는 대표적인 시골장이다. 3도 5군이 만나는 교통요충지인 만큼 이곳 구례장에는 지금도 하동 곡성 남원 순천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활기찬 장터다. 유명한 것은 산나물과 약재들로 장날이면 지리산 자락에서 캔 각종 산나물과 약재들로 장터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두릅 고사리 쑥 취나물 돌나물 엄개나물 도라지 대추 은행 생지황 삽초 오가피 황기 당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사시사철 성시를 이루어, 남자들에게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다는 약간 따뜻한 성질에 신맛을 갖고 간과 신장을 보호하며 몸을 단단하게 해준다는 산수유를 좀 구입해 야생화압화전시관으로 갔다.
 
   
▲ 야생화압화


구례군농업기술센터 내의 야생화압화전시관을 방문하면 지리산과 구례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압화는 식물의 꽃과 잎 줄기 등을 눌러 건조시킨 것으로 압화 식물을 이용해 미술작업을 하거나 장신구 등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구례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대한민국압화대전을 개최해 압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압화대전은 국내외 압화예술인과 구례군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전시관에는 압화대전 수상작들을 상설 전시함은 물론이고 액자 시계 거울 등의 압화 제품도 판매한다.
 
   
▲ 동편제판소리전수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들은 감상하며 어떤 식물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작가의 의도와 작업 과정, 역사 등의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동편제판소리전수관도 찾았다. 이 고장 출신 동편제 판소리 명창인 송만갑의 행적을 기리고, 판소리 인재 양성과 국악의 계승 발전 대중화를 꾀하기 위하여 건립한 전수관으로 판소리 전수교육과 함께 국악교실을 운영하며, 명창 송만갑 추모 전국판소리 경연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고, 근처에 2001년 복원한 송만갑의 생가와 명창 송만갑 박봉래 박봉술의 추모비가 있다. 판소리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는데, 구례소리는 구한말 국창 송만갑선생을 정점으로 동편제 판소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에는 상설 판소리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 지리산호수공원


다음은 지리산 호수공원이다. 구만제를 중심으로 조성된 지리산 호수공원은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름철에는 다양한 수상레포츠 등 체험거리 등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가까이에는 연꽃방죽과 지리산치즈랜드 우리밀체험관 산수유 테마파크 야생화테마랜드 지리산온천 등 가족단위의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이고 지리산치즈랜드와 경계로 산비탈에 인공폭포가 설치돼 있으며 폭포 옆으로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있는데, 호수전망대에 올라서면 구례읍의 전경과 노고단은 물론이고 멀리 오산의 사성암까지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 백련산방 잎밥정식
   
▲ 다슬기 수제비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 덕분에 구례의 아름다운 정치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벌써 어둠이 산자락으로 내려앉기 시작할 때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부부식당을 찾았다. 다슬기만으로 수제비와 탕을 끓이는 다슬기전문식당으로 다슬기수제비를 기본 메뉴로 다슬기회무침까지 내는데, 청정지역에서 물이끼 등을 먹고 자란 다슬기를 깨끗하게 손질해 끓인 수제비는 체력회복뿐만 아니라 숙취해소, 간기능 회복, 위장기능개선, 빈혈 예방 등에 탁월하며 쫀득쫀득하고 뜨끈한 국물은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우리밀 명품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고을에서 쫀득한 다슬기수제비로 행복했던 구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 피아골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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