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60)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60)
  • 경남일보
  • 승인 2016.10.03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이들-260 사본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60)



“세상인심이 우찌 돈이라모 손안에 쥐고 발발 떨게 됐다만, 째보 지가 그라모 에나 죄받는다”

형제가 없이 외로운 최 태복은 신체적인 열등감 때문에 자기처럼 늘 기를 못 펴고 뒷전으로 돌던 째보를 항상 챙겼다. 태복의 진심을 알아 챈 째보는 태복을 의지하게 되었고 째보와 단짝이 던 태복은 보호자처럼 언제나 째보를 돌보았다.

어느 날 윗동네 대성받이 한 씨네 아이들에게 째보가 둘러싸여 놀림당하는 것을 태복이 보게 되었다. 간혹 있었던 일이었지만 제 눈앞에서 째보가 당하는 것을 목격한 태복의 눈에 쌍불이 켜진 것은 당연했다.

“이 놈의 시키들아. 물괴 밑에 눈쟁이 모냥으로 떼족 많은 자랑 또 하고 있나. 개떼 모냥으로 몰리 갖고 불쌍한 아아는 와 몬 살게 하노.”

앞뒤 가릴 겨를 없이 태복은 아이들 속으로 돌진했다. 남 골려주는 재미로 똘똘 뭉쳐있던 아이들이라 장난감 상대가 하나 더 늘어남으로서 판은 더 커지고 말았다.

“하아, 이 똥포리 새끼가 또 날라드네. 니가 뭔데. 우리 노는데 방해를 하고 지랄이고?”

한 녀석이 나서서 태복의 머리를 툭툭 쳐서 기선을 잡았지만 태복이 손에 잡은 째보를 끌고 나오려고 하자 아랫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태복은 여지없이 쓰러졌으나 곧 큰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참말로 보자보자 하니깨 이 쌔애끼 들이!”

다른 날은 일방적으로 당해주다 째보만 구해 내오면 그만이었으나 그날은 이외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넘어졌을 때 느꼈던 굴욕감으로 성난 부룩소처럼 태복의 성깔이 곤두선 것이다. 태복은 이놈 저놈 닥치고 걸리는 놈들께로 몸을 던졌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태복이 워낙 강하게 나오니까 처음에는 주춤주춤 물러서며 당황하던 아이들이 숫적으로 불리한 태복을 에워싸고 한발씩 다가서며 단체 공격을 시작했다. 그때 악, 하는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미친 듯이 휘두르고 달려드는 태복의 머리통에 한 아이의 얼굴이 맞아 코피 범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피를 본 씨족아이들의 단결심은 아예 태복을 패싸움의 희생양으로 몰고 갔다. 놀잇감을 가로채서 파방 놓는 것도 얄미운데 피를 보게 했으니 가만있을 수 없다고 집중적으로 태복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째보가 말린다고 얼쩡거려 보았지만 뭇매만 더 벌어들이는 수준이었다. 태복이 아무리 용감하게 날뛰어봐야 숫자상의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거의 초죽음이 되게 만든 태복을 떠메고 간 한 씨네 아이들은 마을 앞에 있는 저수지에다 던져버리고 도망을 갔다. 다행히 그곳을 지나가던 어른에게 발견되어 건져 올렸을 때 태복의 눈에는 썩은 나무꼬쟁이 하나가 꽂혀있었다.

어머니 강 귀연의 남편 최 태복이 대성받이들의 횡포에 평생 이를 갈고 산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