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in 풀 스토리] 진주직업재활센터
[직장in 풀 스토리] 진주직업재활센터
  • 정희성
  • 승인 2016.10.23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 작업활동실에서 쇼핑백 포장작업을 하고 있는 장애인근로자들 모습.


“장애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일자리입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지난 13일 진주시직업재활센터를 찾은 기자에게 경남재활복지재단 정대영 이사장이 힘주어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센터 내부를 둘러봤다.

작업활동실, 디자인실, 각종 인쇄기계와 물품들이 진열된 창고에 체력단련실, 휴게소까지. 장애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생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작업활동실에는 장애인근로자들이 쇼핑백 포장에 바빴다. 몸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손놀림인 예사롭지 않았다. ‘착착착’ 손동작 몇 번에 쇼핑백 포장이 끝났다. 반복되는 쇼핑백 포장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디자인실에서는 정광우 주임(39·뇌병변장애 2급)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었고 창고에서는 박호병(54·청각장애 4급)씨가 부지런히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대영 이사장은 호병씨를 가리키며 “정말 부지런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주시직업재활센터에는 정대영 이사장과 지형석 센터장, 강인선 재활과장 등 5명을 비롯해 장애인근로자 12명, 직업훈련장애인 15명 등 32명이 근무하며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지난 5월 정촌산업단지내에 전국 최초로 장애인 일자리 타운이 개소하면서 신규 보호작업장인 진주시직업재활센터는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정대영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이제 시작단계”라며 “센터는 장애인의 일터이자 훈련을 받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인쇄와 출판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명함, 전단지, 리플렛을 비롯해 카탈로그, 책자, 노트, 달력, 업무용수첩, 초청장, 봉투, 스티커, 상장, 쇼핑백 등 다양한 품목을 주문받아 사이즈별로 생산하고 있다. 진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고가의 인쇄·출력시스템도 갖췄다. 지형석 센터장은 “전국에서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장비, 그리고 그들의 땀이 하나로 뭉치면서 센터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진주에는 이전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학, 대형병원 등이 많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

정대영 이사장은 “진주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교육청, 병원, 대학 등을 꾸준히 방문해 홍보를 하고 있다. 진주시 공무원들이 동행할 정도로 행정도 관심을 가져줘 힘이 난다”며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다만 국가계약법시행령과 중증장애인 우선구매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장애인 생산물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은 공공기관에서 배려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장애인 생산품을 구매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 50% 감면, 경영성과 평가시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센터는 현재 경상대·고려·한일·제일병원에 처방전과 영수증, 명함 등을 납품하고 있다.

지형석 센터장은 “직업훈련뿐만 아니라 영화관람, 축구 등 사회성을 키우는 활동도 하고 있다”며 “많은 대기자들이 이 곳에서 근무 또는 교육을 받길 희망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곳에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지급 등 후생 복지비로 사용된다.

정희성기자 raggi@gnnews.co.kr



 
▲ 정대영 이사장

정대영 이사장 “복지 패러다임 이제 변해야”

“이제 소비적 복지가 아닌 생산적 복지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정대영 이사장(47)은 센터로 오기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무했다. 그는 그곳에서 수백여 명의 장애인을 취업시킨 것으로 유명했다. 정 이사장은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이다. 일을 통해 저소득층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후원금이나 물품지원보다 더 절실한 건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경남에 직업재활시설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중증장애인들의 취업을 돕는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해보겠다는 꿈을 키웠고 지난해 기회가 찾아왔다. 진주시·한아름직업재활센터를 관리·운영하는 (사)경남재활복지재단 이사장 공모가 났고 정 이사장은 주저 없이 지원했다. 그는 “지역사회 중증장애인 고용의 모델케이스를 제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장애인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이 생산하는 물품을 구매하면 다양한 혜택이 있다. 품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장애인들의 고용확대를 위해 지역 공공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좋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지형석 센터장

지형석 센터장 “장애인 직업재활은 사회복지의 꽃”

지형석 센터장(53·지체장애 6급)은 인쇄 작업과 관련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런 그가 고향인 부산을 떠나 진주로 온 것은 정대영 이사장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지 센터장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지형석 센터장은 부경대 인쇄공학과, 동(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쇄과 훈련교사로 명성을 쌓았다.

이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동인직업재활센터’ 원장을 거쳐 진주로 왔다. 그는 “정대영 이사장과 2000년대 초반 3년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같이 일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전폭적인 지원과 최신시설 구축, 진주의 시장성, 그리고 무엇보다 저의 철학을 인정해 주고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말에 짐을 싸고 진주로 왔다”고 웃었다. 지 센터장은 “장애인근로자들이 인쇄기계 등 많은 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최선을 다해 기술전수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은 제가 보장한다”며 “일을 통해 장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성숙씨.


한성숙 작업반장 “일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

한성숙(60)씨는 진주시 직업재활센터에서 어머니 같은 존재다. 자신도 지체장애 3급의 불편한 몸이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정신지체 장애인 근로자들을 꼼꼼히 챙긴다. 청소 등 궂은일도 솔선수범이다. 물론 일솜씨도 ‘똑’소리가 난다.

그는 9년 동안 진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5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한씨는 “일을 그만 두니 무기력해 졌다. 답답하기도 했고…그래서 일자리를 찾다 면사무소의 추천으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한 씨는 올해 94세와 88세가 된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한 씨가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인 셈이다. 그는 “일을 다시 시작해 행복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다시 생겼다.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센터에 있는 모든 분들이 근로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열심히 일해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이 많이 팔리면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정희성기자 raggi@gnnews.co.kr
▲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는 정광우 주임(39·뇌병변장애 2급)이 컴퓨터로 고객의 명함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